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117-0424
그런 게 아니다 3
루이스는 또한 그의 일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심지어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의문들이란 어리석다고 했습니다. 왜? 마치 태생 소경이 “녹색은 뜨겁냐 차냐?” 그런 게 아냐. “다냐 시냐?” 그런게 아냐. “둥그냐 모나냐?” 그런게 아냐, 그런게 아니라니까. 그 소경에게는 색깔에 대한 관념도 직관도 경험도 없고 거기 해당하는 말도 없습니다. 그에게는 유비를 통해 이유기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뭐라고 묻든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루이스는 어디선가, 그것은 노랭색 속에 몇 분이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모두들 그 질문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 논쟁을 벌일 수도 있겠죠. 한 사람은 “노랭색 안에 당근이 스물다섯개 있을거야.”하고, 다른 사람은 “아니야, 토마토 일흔개야”하고, 그러다가 어처구니 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게 아냐, 그런 게 아니라니까!
이런 것이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하느님에 대한 우리 인간 인식에 있어서 궁극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큰 비극은 우리가 너무 많이 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우리의 비극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발견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토마스 아퀴나스는 - 그는 신학자이자 또한 위대한 철학자죠 - 거듭 말합니다. “인간 정신의 온갖 노력으로도 단 한 마리의 본질도 다 알아내지는 못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