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151-1218
현실 자각 1
내 일생의 경사스런 날이 인도에서 있었습니다. 진실로 소중한 날이었는데, 바로 내가 서품받은 다음 날이었습니다. 나는 고해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본당에 매우 거룩한 예수회원 사제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예수회 수련원으로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스페인 사람이었죠. 수련원으로 떠나기 전날, 나는 수련원에 다서는 수련원장님께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도록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는 거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노인신부님의 고해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곤 했는데, 신부님은 보라색 손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웅얼웅얼 보속을 주고는 사람들을 내보내곤 하셨죠. 단 두차례 만났을 뿐인데도 그분은 나를 앤소니라고 부르셨습니다. 어쨌든 나도 줄을 섰는데, 내 차례가 오자 나는 고백을 하면서 목소리를 바꾸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고백을 인내심 있게 듣고는 보속을 주고 죄를 사해준 다음 그 분은 말씀하시더군요. “앤소니, 수련원엔 언제가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