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202-0108
적절한 표상들 1
변화에는 노력이 필요 없다는 데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봅시다. 나는 적절한 표상을 하나 생각해 보았는데, 돛단배가 그것입니다. 돛단배가 항해 중에 힘찬 바람을 만나면 하도 매끄럽게 미끄러져서 뱃사람은 키를 돌리는 것 말고 할 일이 없습니다. 아무 수고도 않죠. 배를 저어 밀지 않죠. 그것은 깨달음을 통해서, 이해를 통해서 변화가 올 때 일어나는 일의 한 표상입니다.
내 노트들을 훑어보니 내가 말해 온 것과 잘 들어맞는 인용문들이 더러 발견되더군요. 하나 들어 보십시오. “자연처럼 잔인한 것은 없다. 온 우주 안에 자연을 벗어날 길은 없다. 그러나 해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 자신의 마음이다.” 알아듣겠어 요? 해치는 거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 자신의 마음입니다. 층계에서 굴러 떨어져 몹시 부딪친 패디 이야기가 있죠. “떨어져서 다쳤니, 패디?” “아니, 멈추어서 다쳤어. 떨어져서 다친 건 아냐.”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죠. 단단한 게 칼로 썰리죠. 내면에 경직된 태도, 고정된 환상이 있으면 그것이 자연과 충돌합니다. 거기가 상처 입는 곳이고, 거기가 고통이 생겨나는 곳입니다.
멋진 표현이 있는데,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느 동양 현자의 말입니다. 성서도 그런 것처럼 저자는 문제가 아니죠. 그 뜻이 중요하죠. “눈에 장애가 없다면 결과는 시각이요, 귀에 장애가 없다면 결과는 청각이며, 코에 장애가 없다면 결과는 후각이요, 입에 장애가 없다면 결과는 미각이며, 마음에 장애가 없다면 결과는 지혜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