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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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뜨는 봄

아버지는 봄날이 오면 입춘서를 쓰셨지요.
간밤에 쓰셨는지, 새벽 일찍 쓰셨는지 아침에 눈을 뜨면
집안 어느 적당한 곳에 소리 없이 붙어 있었어요.
그러면 나는 눈 비비며 봄이 왔구나 싶었고요.
이웃집에서 우리도 한 장 써 달라고 부탁하면
아버지는 거절 않고 그냥 쉽게 써 주셨어요.
함께 봄을 맞는 풍경을 보며 나는 이웃에 눈을 떴지요.

계절의 오고감이 감았던 눈을 뜨는 듯 쉽네요.
구십 일의 살림이 저렇듯 쉽다니요.
감춤도 아니요, 움켜쥠도 아니었으니 
저리 쉬울 수밖에요.

갈 수만 있다면 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봤으면 좋겠네요.
그러곤 한 눈에 이 세상 전체를 보는 거예요.
정은 강이 되어 흐르고, 
사랑은 산처럼 쌓였으면 좋겠네요.
본질과 진솔함이 강가의 조약돌처럼 단단해지고
굳은 관념들은 봄바람에 부스러져 
모래알로 변했으면 좋겠네요.
기꺼이 살아온 역사도 보았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의 어머니, 
그 인내의 지혜에 눈을 뜨면 좋겠네요.

세상의 착한 속을 다 들여다 볼 수 있는 
봄이 왔어요.
연민은 사람을 보고, 아픔은 역사를 보아요.

벼루 내고 먹을 갈아 입춘서를 쓰는 날,
이웃에게 쉬이 글을 써주시던 
아버지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눈을 뜨는 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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