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사도행전 8,9-24
9 그 성에 시몬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마술을 부려서 사마리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스스로 큰 인물인 체하는 사람이었다. 10 그래서 낮은 사람으로부터 높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사람이야말로 이른바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하고 말하면서, 그를 따랐다. 11 사람들이 그를 따른 것은, 오랫동안 그가 마술로 그들을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12 그런데 빌립이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한 기쁜 소식을 전하니, 남자나 여자나 다 그의 말을 믿고서 세례를 받았다. 13 시몬도 믿게 되었고, 세례를 받은 뒤에 항상 빌립을 따라다녔는데, 그는 빌립이 표징과 큰 기적을 잇따라 행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14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이 듣고서, 베드로와 요한을 그들에게로 보냈다. 15 두 사람은 내려가서, 사마리아 사람들이 성령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16 사마리아 사람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만 받았을 뿐이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아직 성령이 내리시지 않았던 것이었다. 17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에게 손을 얹으니, 그들이 성령을 받았다. 18 시몬은 사도들이 손을 얹어서 성령을 받게 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돈을 내고서, 19 말하기를 "내가 손을 얹는 사람마다, 성령을 받도록 내게도 그런 권능을 주십시오" 하니, 20 베드로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으로 사려고 생각하였으니, 그대는 그 돈과 함께 망할 것이오. 21 그대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마음이 바르지 못하니, 우리의 일에 그대가 차지할 자리도 몫도 없소. 22 그러므로 그대는 이 악한 생각을 회개하고, 주님께 기도하시오. 그러면 행여나 그대는 그대 마음 속의 나쁜 생각을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오. 23 내가 보니, 그대는 악의가 가득하며, 불의에 얽매여 있소." 24 시몬이 대답하였다. "여러분들이 말한 것이 조금도 내게 미치지 않도록, 나를 위하여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제목 : 탈과 틀
설교일 : 2014년 11월 16일
[좋은만남교회 성령강림 후 제 23주일 낮예배 설교]
들어가며 :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 특별하신 은혜가, 오늘 감사와 찬양으로 부르심에 응답하는 좋은만남의 성도들에게 충만하게 임하시기를 성어버이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특별히 더욱 힘들어할 이웃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하시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들어가서 : 얼마 전에 이런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장모(25)씨는 올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한 복지재단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시작할 때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지는 없었지만 직원들은 "일하는 걸 보고 정규직에 뽑을지 결정한다"고 귀띔했다.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장씨를 포함한 인턴 5명은 야근을 불사했고 직원들은 경쟁을 붙였다. 뒤에서 "누가 잘하더라"고 말을 흘릴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갔다. 장씨는 9일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선배들 눈치 보며 시중드느라 바빴다"고 했다. 인턴 월급 120만원으로 선배들에게 담배도 사다 바쳤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4개월 뒤 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장씨 이름은 없었다. 그는 "회사에서 인턴을 채용할 때 최소한 정규직 전환 여부나 기준을 알려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희롱하는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왜 마음이 아팠는가 하면 젊은이들이 직업을 얻기 위해서 얼굴을 바꿔가면서 환심을 사려고 온갖 애를 쓴다는 것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그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얼굴로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면서 살아야만 하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현대인들은 자기의 얼굴이 아니라 끊임 없이 탈을 만들고 그 탈을 쓰고 계속 새로운 탈을 만들어 바꿔 쓰는 사회적 시스템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이라는 무기로 사람을 우롱하는 사회 시스템입니다. 즉 틀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악한 시스템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그저 자기 자신을 바꾸는 것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틀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탈을 바꿔 쓰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답니다. 가깝게 지내는 목사님은 옛날에 모래시계를 보면서 다음편이 기다려졌는데 그 이후 처음으로 기다려지는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미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몇 편을 다운 받아 봤습니다. 재미있더군요. 그 드라마의 한 장면을 준비했습니다. 박성중 목사가 개콘영상을 틀면서 멀티미디어 설교를 하니 나도 하나 준비해봤습니다. 본의 아니게 설교도 경쟁이 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 재생)
대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간 젊은이들이 서로 자기의 학력과 스펙을 자랑하면서 저학력자를 왕따 시키는 장면입니다. 이 드라마가 인기가 높은 이유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담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세상은 자기의 본 얼굴이 아니라 스펙과 학력, 각종 재주로 꾸며진 탈을 쓰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틀입니다. 우리는 탈을 바꿔 쓰려고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틀을 바꾸는 삶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대에 율법사와 바리새인들과 격렬하게 대치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유대교인으로 나서 자랐지만 유대교가 잘못된 틀을 바꾸지 않고 탈만 바꿔 쓰는데 집착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셨고 이에 맞서 싸우셨습니다. 당시 율법사, 랍비들은 옷술을 크게 하고 경문을 붙이고 귀밑머리를 꼬았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신명기 11장 18-20절의 말씀에 근거한 것입니다. [18 이러므로 너희는 나의 이 말을 너희의 마음과 뜻에 두고 또 그것을 너희의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고 너희 미간에 붙여 표를 삼으며 19 또 그것을 너희의 자녀에게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하고 20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하라] 사진을 몇 장 보겠습니다.
머리 가를 둥굴게 깎지 말라는 레위기 19장 27절의 말씀에 집착하여 귀 뒤쪽에서부터 이마까지 부분의 머리를 밀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남겨놓는 머리카락이 몇 가닥 이상 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도 논란거리인가 봅니다. 그래서 40가닥 이상 혹은 86가닥 이상, 이런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율법사, 바리새인들이 말씀의 본 뜻은 훼손하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지키기 어려운 율법의 짐까지 지우고 있다고 비판하셨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종교적인 사람, 신심이 깊은 사람으로 보일까를 고민하면서 그에 맞는 탈을 만드느라 고심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틀은 더욱더 하나님의 선하신 의도와 멀어지게만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는 시몬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시몬은 마술사라는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면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서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술이라는 것이 사실은 눈속임이지요. 그는 눈속임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사람들을 두렵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나타나 성령안수를 주었고 성령이 내리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본 시몬은 제자들에게 돈을 주면서 자기에게도 성령을 받게 하는 능력을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제자들은 시몬을 꾸짖으며 그것이 악한 생각이고 하나님 보시기에 바르지 않은 마음이라며 돈과 함께 망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탈에 집착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시몬은 지금까지 쓰고 있던 탈보다 더 강력한 탈을 원했지만 사도들은 탈에 집착하는 시몬을 정죄하고 저주하였습니다. 사도들은 탈이 아니라 틀, 시몬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탈에 집착하고 새로운 탈을 갈망하면 틀은 더욱 악해지게 됩니다. 문제는 틀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떤 상품처럼 보이게 하거나 혹은 과장되게 보이게 하는 삶에 집착하지만 틀이 바뀌지 않는다면 결코 달라지는 것은 없고 세상은 더욱 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탈을 벗고 틀을 바꾸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틀은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틀, 생명과 평화의 틀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 받고 생명이 생명으로 귀하게 여기는 틀로 세상이 바뀐다면 우리는 탈을 쓸 필요도 없고 새로운 탈을 만들려고 바둥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존중 받고 사랑 받게 될 것입니다.
나가며 : 오늘 말씀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기를 원합니다. 지금 우리는 혹시 시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탈을 쓰고 기뻐하면서 새로운 탈을 찾는 일에 삶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하나님의 틀, 하나님 나라의 틀로 바궈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 고민의 정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예수께서 가신 그 길을 걸어나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늘 보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탈, 스펙을 기꺼이 버리시고 먹보와 술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세리와 창녀, 죄인의 친구가 되어 모두가 함께 사랑하면서 사는 틀을 그 삶으로 살아내신 분입니다.
제 후배의 페이스북을 보다가 참 중요한 내용을 담은 글귀를 보았길래 소개하면서 오늘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농업의 날이니 빼빼로대신 가래떡을 사먹으며 FTA에는 한없이 관대한 너 / 전쟁은 찬성하며 고아의 눈물엔 약한 너. / 해군기지를 지어야 한다고 말하며 아프리카의 아이에겐 수입의 일부 떼어주기를 아까워하지않는 너. / 교회봉사에 참여하며 노숙인에게 무료급식봉사는 하지만 그와 술한잔 하며 얘기나누지 못하는 너. / 돈이최고인 세상이 나쁘다말하며 반공에 찌들어 누군가를 빨갱이라 말하는 너. / 원자력이 위험하다말하면서 밀양송전탑은 지어야 한다고 말하는 너. / 사실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갈수밖엔 없는 너. 껍질 속 너.]
우리의 삶의 관심이 바르게 바뀌기를 바라며 오늘의 인도하심을 바라는 사랑하는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