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시편 119편 171~175절
171 주님께서 주님의 율례들을 나에게 가르치시니, 내 입술에서는 찬양이 쏟아져 나옵니다. 172 주님의 계명들은 모두 의로우니, 내 혀로 주님께서 주신 말씀을 노래하겠습니다. 173 내가 주님의 법도를 택하였으니, 주님께서 손수 나를 돕는 분이 되어 주십시오. 174 주님, 내가 주님의 구원을 간절히 기다리니, 주님의 법이 나의 기쁨입니다. 175 나를 살려 주셔서, 주님을 찬양하게 해주시고, 주님의 규례로 나를 도와주십시오.
제목 : 생명을 살게 하는 찬양
설교일 : 2015년 11월 15일 [난정교회 주일오후 찬양대헌신예배 설교]
들어가며 : 모든 생명의 아버지가 되셔서 바른 길로 인도하시고 또한 어머니가 되셔서 양육하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께서, 오늘 세우신 교회에 나와 머리 숙여 깨우침과 도우심을 바라는 모든 성도들 위에 크신 은혜와 은총을 베푸시기를 성어버이,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을 전하게 초청해주신 난정교회의 존경하는 김용헌 목사님과 제직, 교우 여러분께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십여 년 전에 교동에 한 번 들어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교동섬에 다리가 완공돼 무척 편리해졌습니다. 전에 김 목사님을 뭍에서 뵈면 뱃시간 맞추시느라고 서두르시는 모습을 많이 뵀는데 요즘은 무척 여유로워지셨더라구요. 기술이 발달되니 여러 모로 참 좋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을 겁니다. 그것은 아마도 북한과의 접경지라는 불편함이겠지요.
들어가서 : 제 아버님의 고향은 황해도 연백입니다. 지금은 본적을 바꿨지만 어렸을 때는 뭔지도 모르면서 원적주소인 ‘황해도 연백군 청룡면 맹해리 527번지’를 외우고 다녔지요. 연백이면 강화, 교동과 지척에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전쟁이 일어나서 제 조부님과 아버님 형제분들도 피란을 내려오셨는데 이곳 강화도로 건너 오셨다고 하십니다. 그게 아버님 열 살 되시던 해의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청소년 시절에 아버님은 가족을 데리고 강화도에 자주 나들이 나오곤 하셨습니다. 길상쪽에서 학교도 다니시고 집안 살림살이도 돕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강화도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가족력 때문인지 저는 지금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교회 목회를 하다가 북한 어린이들에게 우유와 분유를 지원하는 인도주의 단체인 함께나누는세상이라는 곳에서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0년부터 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천안함 사태도 있었지만 영유아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 아래 2010년 한 해 동안은 북쪽에 우유와 분유를 보내는 일이 제법 잘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전지분유를 보내는 게 다입니다. 작년과 올해에는 전혀 아무런 물자를 보내지 못했는데, 대북인도지원을 하는 거의 대부분의 단체들이 마찬가지의 신세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목사이고 종교적 신념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 하나 하나님이 만들지 않은 사람이 없고 어느 누구 하나 하나님께 미움 받는 사람 없이 다 사랑받는 존재라고 저는 믿습니다. 국가 간의 이익 때문에 서로 맞네 틀리네 하면서 싸우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전적으로 선한 나라도 없고 전적으로 악한 나라도 없으며 고만고만한 죄인들이지만 모두 사랑하는 자녀들의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사람이 굶어 죽거나 위험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북한 공산당 빨갱이 놈들을 뭣하러 도와주느냐, 그냥 굶어 죽게 놔두는 것이 하나님께 대드는 공산당 놈들이 마땅히 당해야 할 일이다’라고 하시기도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는 용서 받을 만하고 상 받을 만해서 이렇게 우주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들 딸이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18장을 보면 왕에게 일만 달란트를 탕감(요즘 말로 면제) 받은 한 종이 자신에게 일백 데나리온 빚진 사람을 옥에 가두고 빚독촉을 합니다. 일만 달란트는 요즘 시세로 6억 원에 해당하는 큰 돈입니다. 반명 일백 데나리온은 1천만 원 정도 하는 돈입니다. 비교도 안 되는 액수이지요. 사실 일만달란트냐 일백 데나리온이냐는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예수님은 모두가 다 빚진 자들이고 전적인 은혜로 빚을 탕감 받은 존재들, 똑같은 죄인들인데 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혹하고 미워하고 증오심에 불타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도저히 용서 받지 못할 존재들임에도 예수님은 기꺼이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대신 죽으셨는데, 그런 사랑을 받은 우리가 다른 죄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박수를 치는 것이야 말로 큰 잘못입니다. 진보니 보수니 편을 갈라 싸우지만 우리 기독교인은 신앙의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할 줄로 믿습니다.
구약성서를 보면 절대로 피는 먹지 말라는 명령이 나옵니다. 피를 먹지 말라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인 피를 먹지 말라는 말은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라는 말입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위에서 죽어가는 모든 생명을 볼 때마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생명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믿는 자녀들의 마땅한 사명인 줄로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난 6년 동안 북한 지원사업을 하면서 세 번 평양 쪽에 가봤습니다. 세 번 중에 두 번은 주일에 북한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북한에는 공식적인 교회가 두 개 있습니다. 칠골교회와 봉수교회가 있고 전국에 약 600여개의 등록된 가정교회가 있다고 합니다. 그 교회가 진짜 교회냐, 선전용 가짜 교회냐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지난 2011년에 예배를 드렸던 칠골교회의 경험은 저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었고 우리와는 많이 다르지만 역시 그들에게도 하나님을 믿는 나름대로의 신앙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 찍어온 사진과 영상을 잠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성경, 찬송 – 칠골 예배전경, 목사, 성가대, 특송, 헌금위원, 예배 후 교제, 예배당 외관(신, 구) - 봉수교회, 건립판, 예배전경, 외국인 참예자들 – 칠골교회 특송 영상(남성-여성 3중창-합창)
어떻습니까? 남쪽에서 제공한 성가대 가운 입고 있는 모습이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난정교회 찬양대와 연령도 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그때 노래하는 분의 얼굴을 보고 그 찬양을 들으면서 ‘아, 여기도 하나님이 분명 존재하시고 그들과 함께 계시는구나!’하고 느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요일에 일부러 개인시간 내서 예배당에 나와 저렇게 자연스럽게 앉아서 저렇게 열심히 찬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능력이고 사랑의 능력이라고 확신합니다. 하나님을 찬양할 때 나오는 능력은 그게 북한사람이냐 남한사람이냐를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철의장막이라고 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하고 빨갱이라고 미워하고 증오하지만 하나님은 거기에도 계시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베푸시고 그들이 마음을 감화하고 계시더라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날 저 찬양대의 찬양을 들으며 함께 갔던 우리 단체 위원 한 분이 정말 꺼이꺼이 소리를 내면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울컥했습니다. 그분은 공군 조종사 출신이신데, 하시는 말씀이 ‘군 생활 할 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교육받은 대로 머릿속으로 평양을 상상하면서 내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폭격을 해야 하는 지역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여기 와서 보니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었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찬양의 힘입니다. 대결과 증오, 생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고 이해하고 포용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힘, 그것이 바로 하나님을 찬양할 때 나오는 힘이고 능력인 줄로 믿으시기 바랍니다.
나가며 : 남북관계가 참 안 좋습니다. 이런 시기에 북한을 더욱 자극하고 욕하면서 어서 빨리 망하라고 가장 열심히 비는 세력이, 불행하게도 바로 기독교인들입니다. 빨갱이, 공산당 하면서 어서 망하라고,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하고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이 기독교인들입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그것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일까요? 니느웨 같이 패역한 도시를 심판하시는 것도 주저하시고 결국은 용서하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오늘날 왜 이렇게 미움과 증오심만 가득 찼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교동, 강화도도 인접지역이다 보니 많은 불편함들이 있을 것입니다. 또 안보의식이 더욱 투철하고 북한에 대한 미움이 더 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적 방식이지 결코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의 방식이 아닙니다. 미워도 사랑하고 원수도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어야 합니다. 하물며 그들 가운데 하나님이 계시면서 그들을 돌보시고 계시는데 우리가 그들을 무조건 정죄하고 미워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오늘 찬양대 헌신예배로 이 예배를 드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난정교회 찬양대는 미움과 증오, 저주, 우리들만의 안위와 영화를 위해서만 기도하고 찬양할 것이 아니라 온세계 하나님의 자녀들의 행복과 화해, 평화를 위해, 생명을 살리는 찬양을 하시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주신 말씀을 듣고 하나님 주신 입으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만드는 찬양으로 하나님께는 영광, 땅 위에는 평화를 만들어가는 난정교회 찬양대, 성도들 위에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 인도하심과 동행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