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였다.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그대에게 임하시고, 더없이 높으신 분의 능력이 그대를 감싸 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한 분이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보아라, 그대의 친척 엘리사벳도 늙어서 임신하였다. 임신하지 못하는 여자라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벌써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나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나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순종의 자리에서 나신 아기 예수"
예나 지금이나 처녀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편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 부정한 일입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 마리아가 살던 시대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마을 밖으로 끌려 나가 돌에 맞아 죽어야하는 사회적, 종교적 범죄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서는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옆에서 듣기에는 쉬운 말이고 종교의 틀로 볼 때는 당연한 말 같겠지만 실제로 그 예언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정조를 지키지 않은 여자라는 억울한 낙인이 찍혀 돌에 맞아 죽게 될 지도 모르는,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앞뒤를 재기보다는 기꺼이 '나는 주의 여종입니다. 천사님의 말씀대로 나에게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 앞에서 이리저리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이고 즉각적인 순종의 아멘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는 있는 근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의 일보다는 하나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고 순종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이것이 그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마 16:24)' 하나님을 좇는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