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토) 사순절 40일 "아직 ‘여기 사람이 있다!’"

by 좋은만남 posted Mar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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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기 사람이 있다!’

용산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마가복음 1:40-41(새번역)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께로 와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선생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주실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를 불쌍히 여기시고,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해주마. 깨끗하게 되어라.”


찬송가 147

 

묵상

2009120일 새벽, 쫓기고 내몰리어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 망루에 오른 철거민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불에 타 죽은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습니다. 이 용산참사는 6명이 목숨을 잃은 참혹한 사건이지만 4년이란 시간이 지난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남일당 건물은 철거되고 그 곳엔 주자창만 들어섰을 뿐 억울한 6명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도 짊어지질 않아 상처는 그대로입니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오던 삶이 국가 공권력과 자본의 폭력에 의해 짓밟히어 송두리째 철거되었지만 그들은 도심 테러리스트로 규정되고 수감되어야 했기에 상처는 더욱 곪아 아파합니다.

빼앗긴 삶의 터전에서 살아보자고 외친 간절한 절규가 생떼거리인가요? 박탈당한 그들의 삶, 주거권은 어쩌라고요? 철거민은 민주시민도 아닙니까? 살아보자. 잘 살아보고자 부르짖던 외침의 대가가 이렇게 잔인하다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오늘 본문에도 간절한 외침으로 울부짖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당시 나병을 가진 사람은 인권이 짓밟혀 사람답게 살 수 없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이 외침에 예수님은 외면하지 않고 연민을 품고 넘어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쫓기고 내몰린 사람의 울부짖음에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이 땅에 이렇게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외침은 우리 삶 가운데 늘 있는 고난의 현장이며 그 가운데 오늘 용산참사가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자본에 휘둘리어 집을 잃어 울부짖는 철거민을 1,200명의 경찰과 특공대를 투입해 적으로, 비국민으로 규정했으며, 모든 국가 공권력은 억울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강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무리한 강제 진압이 있었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아직도 우리주변엔 쫓기고 내몰린 이들을 폭도 혹은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아니 진상규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인정하지 않는 국가 공권력에 부르짖는 이들의 외침은 나병환자가 무릎 꿇고 간청하는 외침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암담한 상황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큰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에 냉소적으로 외면하거나 방관하기보단 예수님이 보여주신 연민을 넘어 손을 내밀어 함께하시는 모습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주님은 고난에 손 내밀어 동참하라 말씀하십니다. 고난에 동참한다는 것은 연대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그들의 문제가 나의 문제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든 그 불타는 망루에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쓴 채 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바로 주거권을 박탈당한 철거민입니다. 우리가 바로 함께 살자 외치는 철거민입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여기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철거민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세상. 행복한 삶의 터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민을 넘어 손을 내밀기 원합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 모두 연대하며 기도하기 원합니다.

 

故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 집사.jpg


기도

하나님, 고난의 현장에 손 내밀지 못한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이제는 주님 마음 닮길 원하오니 연민을 넘어선 연대가 있길 원합니다. 용산참사 피해자들,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 위로받길 원합니다. 국가폭력의 실체 용산참사 진실이 밝혀지고 이 땅에 제2의 용산이 없도록 강제퇴거금지법안이 발의되길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