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34 세 시에 예수께서 큰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다니?" 그것은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는 뜻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예수님에 대한 체포와 심문, 그리고 사형집행은 오후 3시쯤 되어 예수님의 숨이 끊어짐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고통을 줄여주는 몰약을 탄 포도주도 거절하신 예수님, 십자가에 달려서조차 동정과 연민이 아닌 조롱과 비난을 받으신 예수님, 하물며 똑같은 십자가형을 당하는 죄인들까지도 예수님을 조롱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난의 삶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마가복음 기록자가 기억하는 예수님의 마지막 말은 '나의 하나님, 왜 나를 버리셨습니까?'였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의 죽음은 적대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 제자들, 지나가던 사람들, 심지어는 아빠라고 부르던 하나님까지도 외면하고 버리신 철저하게 버려지고 외로운 죽음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 형제자매로 대하며 가진 것을 나누고 존중하며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외면당하지 않는 세상, 하나님 나라를 향한 그의 짧은 여정은 완전히 끝이 난 것 같습니다. 예수를 죽임으로 이런 헛된 망상과 저항에 뜨거운 맛을 보여준 세력들도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 예수님의 죽음은 완전한 끝, 모든 희망이 사라진 처절한 절망처럼 보입니다. 모두가 심지어 하나님까지도 버리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언제가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시는 힘, 완전한 절망에 희망을 주시는 능력인 줄로 믿습니다. 우리도 그 희망의 능력을 믿고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 내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