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남녀간에 사랑으로 낭만적인 편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지를 기대했다면, 기대하지 마시라. 이 책을 보는 순간, 무엇이 낭만이고, 무엇이 살가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우정까지....
이오덕과 권정생의 이름만으로도 저에게는 설레임과 존경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삶을 동경하고 왜 나는 이렇게 살지 못할까라는 자책을 쉼없이 주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이오덕 선생님의 일기가 근간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오덕과 권정생의 주고 받은 편지를 엮어서 만든 책입니다. 그래서 우리 독자에게 의미가 크고 과연 존경하는 선생님들은 무슨 대화를 하며, 어떤 수다를 나눌까라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궁금증 많은 한 학생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오덕과 권정생의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부부의 모습이 이렇다면, 이 한국의 이혼율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그들의 편지들입니다.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와 함계 살다 죽겠습니다. 선생님만은 제 마음 이애해 주실 겝니다. 나라고, 바보 아닌 이상 돈을 벌 줄 모르겠습니까? 돈이면 다아 되는 세상이 싫어, 나는 돈조차 싫었습니다. 돈 때문에 죄를 짓고, 하늘까지 부끄러워 못 보게 되면 어쩌겠어요? 내게 남은 건, 맑게 맑게 트인 푸른 빛 하늘 한 조각.
이오덕 선생님.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 끼 보리바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13-14쪽]
제가 교회에 나가고 싶다는 글을 쓴 것을 보신 것 같은데 [새생명]에 쓴 그 수필은 저의 솔직한 심경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정작 교회에 나간다 생각하니 선뜻 마음이 안 내키는 것은 교회의 세속적 타락상에 혐오를 느끼는 감정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교회라는 그 조직에 대한 좀더 근원적인 반발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무교회주의의 편에 있는 것인가 생각됩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145쪽]
요양원에서 제가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인간은 누구나 다 한 형제라는 것을 재확인 했습니다. 한솥의 밥을 먹으며 함께 자고 일어나는 환자들의 생활이야말로 그대로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는 길, 그리고 인간이 고루고루 잘 살려면 많이 벌어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적게 가지는 길이 가장 현명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앉아서 함께 먹는 식탁은 네 사람입니다. 한가운데 놓인 반찬을 서로 아끼면서 먹다 보면 언제나 남게 마련입니다.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 1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