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질문하는 소년 (책 '어린왕자'를 읽고)

‘어른’들처럼 생각하고 ‘어른’들처럼 말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어린왕자]의 소설 속에서 ‘어른’이라 생각되어지는 것은 한 마디로 삶을 수동적이고, 단편적이며, 생기 없이 살아가는 모든 것으로 표현된다. 어린왕자가 만난 왕, 허영심에 빠진 사람, 술꾼, 실업가, 가로등지기, 지리학자 등은 삶을 창조적이며, 통전적으로 누리지 못하고 주어진 상황 안에서 ‘역할수행’에만 매몰되는 모습들이다.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지만 그 힘겨운 삶의 원인은 질문하지 못한다. 질문하지 못하니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성찰하지 못하며, 그 인생을 통해 자신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력있는 기운을 전달할 리가 만무하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 어린왕자는 허세와 형식, 외형이 아닌, 진솔함과 감정, 그리고 본질에 집중한다. 그 본질을 향해 가는 여정은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끝없이 질문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완결해가는 여행이다.

다음은 관계의 생성과 존재의 본질, 행복의 근원과 삶의 자세 등을 잘 알려주는 어린왕자의 주옥같은 글귀들이다.

- <길들인다 = 관계를 만든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야.... (68p)

- 다른 모든 발자국 소리와 구별되는 발자국 소리, 다른 발자국 소리들은 나를 땅 밑으로 기어들어가게 만들 테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땅 밑 굴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거야!(69p)

- 난 빵은 먹지 않아. 밀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밀밭은 나에게 아무것도 생각나게 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칼을 가졌어. 밀은 금빛이니까 나에게 너를 생각나게 할 거거든. 그럼 난 밀밭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거야...(69p)

-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을거야.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의식이 뭐야? 그건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한 시간을 다른 시간들과 다르게 만드는 거지(70p)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지.(78p)

-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들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79p)

- 어린아이들만이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있어(76p)

-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이란다.(74p)

어린왕자 생 텍쥐베리, [어린왕자], 전성자역, 문예출판사, 1973


함게 생각해 볼 거리

- 왕, 허영심에 빠진 사람, 술꾼, 실업가, 가로등지기, 지리학자, 여우를 보면서 나는 어디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 내가 사람을 길들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 내 삶에서 의례와 같은 시간이 있는가?(정기적으로 두근거림으로 기다리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