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는 이상한 나라를 꿈꾸며
글: 윤성근 성도
안녕하세요.
윤성근입니다. 저는 무탈하게 잘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보다 더한 거짓말이 어디 있겠어요? 요즘엔 거짓말이 하도 많이 나돌아서 어느 정도 거짓말 하는 것은 그저 봐주는 세상인데요, 그러니까 거짓말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더욱 바보취급 당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저는 바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치 빠른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그저 “무탈합니다.”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겠어요.
작년 얘기부터 좀 해봐야겠네요. 작년에는 무척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11월에 새 책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 책을 쓰는 동안 돈을 못 벌었어요. 돈도 벌고 책도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웬만한 유명작가 아니고서야 그게 가능하겠어요? 봄부터 시작한 책 쓰기 작업이 가을이 다 되어 끝났는데 그땐 제 주머니에서 돈이라는 게 정말 먼지만큼도 없더군요. 작년 7월과 8월 생각나세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손에 꼽을 만큼 비가 들이닥쳤습니다. 그러니까 책방에 손님이 없죠. 하지만 손님이 없더라도 임대료나 전기세 같은 건 꼬박꼬박 내야 합니다. 출퇴근 할 때 교통비, 먹고사는 비용 따위도 책방이 장사가 잘 되냐 안 되냐에 상관없이 나가는, 말하자면 ‘고정비’인데요, 돈이 너무 없다보니 가지고 있던 오토바이까지 팔아야 했습니다. 이 오토바이는 정말 평생 함께 하고 싶었던 녀석인데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마음이 아팠지요.
7월과 8월, 그리고 9월엔 추석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써요. 책방에 손님도 적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가을에 사람들은 오히려 책을 안 읽거든요. 그래서 출판 쪽 사람들이 그런 말을 만들어 낸 거 에요.
어쨌든 그렇게 9월과 10월까지 장사가 너무 안돼서 오토바이를 팔게 됐고 11월에 책이 나오면서 마음의 짐은 좀 풀었지만 역시 쪼들린 생활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척 다행스럽게도 교회에서 책방에 준 돈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죽지 않고 살았다고 할까요? 이 점은 여전히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박원순 시장님 집무실 작업을 하면서 책방이 좀 알려졌고 신문과 방송에도 더러 나갔기 때문에 살림이 좀 펴졌습니다.(물론 이건 작년에 비교할 때 말이지요!) 여전히 책방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공간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방 운영을 하는 것과 함께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 싼 값에 강연도 하고 글쓰기 수업 같은 것을 기획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일보와 위클리 경향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어서 나름 돈이 좀 생겼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글 쓴 대가로 받는 그 값이 무척 적어요. 밝히진 않겠지만 들으면 놀랄 정도로 적은 돈을 받고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걸 좀 모아서 나중에 책을 또 한 권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쓰고 있긴 합니다.
요즘 어떻게 사느냐고, 그런 글을 좀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하릴없이 돈 이야기만 했네요.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돈 보다 더 귀한 대접 받는 게 또 없잖아요? 너무 궁핍하다보니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 될 것 같은 환상도 가지게 되더군요. 저는 다름 아니라 돈이라는 게 바로 루시퍼, 악마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악(惡)이 다 돈에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멀리 내다보면 돈을 배척하면서 살고 싶어요. 돈이 없는 세상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다행히 책 속에는 돈이 없습니다. 글자만 있지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가봅니다. 여러분, 돈 너무 밝히지 마세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심한 사탕발림이거든요. 무엇이든 돈은 사람을 망하게 하는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저는 늘 쪼들리고 살지만 돌아보면 차라리 그게 좋다고 느낍니다.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그저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지언정 돈이란 놈에게 굽실대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무탈하게 잘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