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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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하나님의 명령

박순용

이번 추수감사 예배가 저에게는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예배를 보며 농부 하나님의 모습이 형상화 되어 아주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회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농부였던 친정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저의 친정아버지는 봄이 되면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여름이 되면 싹이 잘 자라도록 김매고 가물면 어쩌나, 홍수나면 어쩌나 하시며 늘 하늘을 쳐다보셨습니다. 논의 물을 조절하시고 이삭이 패면 병에 걸릴까 걱정하시며 언제나 땅을 떠나지 못하셨고, 알곡이 맺혀 추수할 때야 비로소 허리를 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땅은 항상 정직해. 수고하고 정성을 들인만큼 수확을 얻게 하지.”

농사 지은 쌀로 밥을 지어 먹을 때면

“쌀 한톨에도 농부의 일 년 땀과 수고가 들어있다. 감사하며 먹어라.”

친정아버지는 일 년 수고와 애씀으로 풍성한 수확을 얻어 수확물을 서로 나누며 배불리 먹고, 식구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셨습니다. 추수감사 예배를 보면서 농부 하나님은 이 세상을 보시며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토요일 전도사님으로부터 예배순서를 모두 나누어 맡고, 과일을 준비해 오라는 말씀을 듣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예배실로 들어섰습니다. 가운데 탁자에 각자 준비한 과일을 손수 놓고 둘러 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말씀 시간에는 각자 맡은 순서에 따라 첫 번째 말씀부터 시작하여 일곱 번째 말씀까지 나누어 읽었습니다. 처음 내가 읽어야 할 부분을 받았을 때는 어떤 부분의 내용인지 알 수 없었는데 성도님들이 말씀을 읽어가는 동안 세상이 창조되고, 씨앗이 흙을 만나 싹을 틔우고, 열매맺어 풍년이 들더니 생명의 밥이 만들어지고 나눔을 통해 감사가 넘치는 한 편의 대서사시가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대서사시를 통해 씨앗을 돌보신 농부하나님과 생명의 밥으로 오신 예수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씀 중간중간 채보란 청년의 찬양도 듣고, 우리들의 합창곡도 들으며 하늘의 말씀과 땅의 말씀이 하나가 되고, 마지막으로 서로 떡과 과일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 실제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도 하나가 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말씀을 입으로 읽는 것은 쉬웠지만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떡을 떼어 나누며 대화를 나누라는 전도사님의 명령(?) 아니 권유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도시 생활 속에 익숙해진 익명성과 개인화 때문에 우리 교회 식구라고 해도 누구에겐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령에 기대어 일어나 너와 나 사이에 금을 넘어 다가가 떡을 든 손을 내미니 웃음이 피어나고 강퍅했던 마음이 녹아지며 감사가 생겨났습니다. 몸으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은 아주 어렵게 느껴졌지만 움직이며 부딪쳐보니 쉬울 뿐 아니라 행복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농부 하나님의 명령이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너희는 이 땅에 내가 고르고 골라 뿌린 씨앗이다. 싹을 틔워라. 그리고 어서어서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어라. 열매를 이 땅의 굶주리고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고 서로 행복하여라.’

지금도 농부 하나님은 어서어서 몸을 움직여 씨앗인 너부터, 아니 나부터 명령을 실천하라고 속삭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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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현섭 2010.11.20 11:49
    박순용 성도님의 삶의 자리에서 나온 진솔한 글이 마음에 감동을 주네요.
    감사합니다. '보는' 예배에 익숙한 한국 기독교회의 예배 풍토에서 '하는 예배'인 지난 추수감사주일 예배가 많이들 어색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는 예배'를 이해하게 되면 예배가 단순하게 예배당 안에서만 일어나는 종교적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자리, 직장, 농토, 가정, 거리 등등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하나님의 기적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우리 삶은 진정한 기독인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지요.
    작은 느낌과 경험들을 이 시대의 예수체험으로 받아 안으시기를 바라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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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용 2010.11.21 15:57
    목사님의 말씀이 칭찬으로 들려 힘이 나고(아싸~), 더불어 써주신 예배의 의미는 자극이 됩니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려웠지만
    글을 쓰는 기회가 주어져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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