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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이에서

     글: 이관택 전도사

 

세상 그 어디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 번 읽는 경험은 참 오묘하다. 분명히 읽었던 부분이라 자신만만해 했으나, 예상과는 다르게 생전 처음 보는 구절들을 만날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또한 같은 구절을 보고, 이 전에 내가 이해했던 것과 판이하게 다른 부분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변한다는 말이 맞다. 시간이 흐른 만큼, 세상을 보는 시각도, 삶의 가치들을 경험하는 깊이도, 내용을 파고들 때의 주안점도 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강산이 변하고, 마을이 변하고 심지어 사람도 변하건만, 그 어떤 것이 변하지 않겠는가?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제목을 접하고 처음 드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있나?”라는 반문이었다.

 

저자인 스퐁 감독은 이 책을 쓰면서 특별히 유배된 신자들에게 고한다는 부제를 덧 붙였다. 그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을 바라보면서, 과거 남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하고, 2차에 걸쳐 적국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떠올린다. 적국의 포로가 되어 난생 처음 가보는 타지에 유배당했던 이스라엘 백성들, 나라를 빼앗겼다는 절망과 하나님이 죽어버린 것 같은 그 절대적 혼돈의 시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갖게 되는 멘탈 붕괴는 지금의 우리가 도저히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하나님은 더 이상 그 동안 그들이 알아왔던 하나님이 아니었다. 생의 모든 것이었던 야훼가 점점 낯설어지고 결국엔 사라져버리는 경험. 그것이 유배당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느꼈던 상실감이다.  

 

저자는 포스트 모던, 탈냉전, 과학의 시대인 오늘날 방황하는 기독교 신자들을 향하여, 우리도 유배당한 백성들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미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하나님은 상실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신앙의 선조들이 했던 것과 같이, 지금 시대의 새로운 하나님 상과 신앙의 고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기독교는 수차례에 걸쳐 변해왔다. 아닌 것 같지만 시대마다, 지역마다, 기독교의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변해왔다. 생각해보면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은 100여 년 전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에 의해 기준 지워지고, 전후 한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미국교회의 모델과 다르지 않다.(수많은 기독교 국가 중 하필 미국이라니.) 하지만 한국 교회와 미국교회를 비교하면 다른 점 또한 무수히 많다. 그것은 이미 한국의 토양 속에서 기독교가 나름의 토착화를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닌 것 같지만, 그 동안에도 기독교는 변해 온 것이다.

 

스퐁은 그렇기 때문에 더 자신있게 말한다. 절망과 불안의 시기, 새로운 기돆교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실상 이것은 교회를 완전히 뒤엎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적인 신앙적 실천들을 다시금 돌아보자는 말이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찌보면 이런 성찰적 돌이킴이 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닻과 덫 사이에서

하지만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신앙생활은 우리의 오랜 세월을 통해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것인 만큼 더욱 쉽지가 않다. 스퐁이 기도하는 것하나 가지고도 힐난하고, 신앙고백의 구절구절을 해체시키는 것은 변화가 그 만큼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의 이미지를 이야기하면서 인격성을 부인하고, 예수님의 구원자상에 대해 재해석하는 그의 시도는 결국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를 열망하지만 변화를 위한 실천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완전히 떠나버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 사람들의 속성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스퐁과 스퐁이 상정한 이 유배당한 신자들을 보면서, 항구에 정박하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부둣가의 배를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 이 배는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 자리에 정박하고 있다.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겠다. 먼저는 필요에 의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이다. ‘을 내리고, 그 항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언제라도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배는 주체적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어떤 배는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배도 있다. 그 배는 건강하지 않은 고장난 배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그 배의 닻은 닻이 아니라 차라리 덫에 가깝다. 덫에 매여 아무리 떠나려 발버둥 쳐도 떠날 수 없는 갇혀버린 존재인 것이다.

 

나는 건강한 기독교 신앙이 닻과 덫 그 사이의 한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붙잡혀서 기독교 신앙 이외의 것을 꿈꿔보지 못하고, 그 세계에 갇혀있는 것은 덫에 걸린 짐승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떠나고 싶을 때 완전히 훌훌 털어버리는 것은 신앙의 묵직함, 진리의 조심스러움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닻과 덫 사이를 오고가는 움직임이 있어야 건강한 신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1장의 질문처럼 정직한 신앙고백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정직하려면 흔들리는 자신의 신앙에 솔직하게 응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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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성서대학 겨울 방학 과제로써

존 쉘비 스퐁의 "기독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를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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