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희망이야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이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