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한센인 회복자 마을에서 이룬 ‘좋은 만남

- 중국 오지 마을에 화장실, 우물, 목욕탕 만드는 청년들 -

 

인터뷰: 박준수 청년

       정리 : 임세환 성도 

 

 

“한국에서 비행기를 4시간 타고 윈난성(雲南省) 쿤밍공항에 도착했어요. 거기서 열차를 7시간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을 더 가니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도착한 곳은 윈난성 대리(大理)의 오지 마을 황짜오빠다.

 

중국 남서부 히말라야 산맥 가장자리 해발 2000미터에 자리 잡은 윈난성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요즘엔 관광 명소로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황짜오빠 마을이 있는 대리도 해발 2천86미터에 위치한 고산도시이며 오늘날의 관광 도시다. 당나라 때부터 대리석 산지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름도 대리다.

 

그토록 유명세를 타는 윈난성 대리이건만 황짜오빠 마을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인터넷 검색에서도 찾을 수 없다. 관광 코스도 아닌 곳을 박준수씨(31.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한기연) 간사)와 대학생들이 지난 1월 14일에 비행기 4시간, 기차 7시간, 버스 1시간을 타고 가서 2주 동안 머물다 왔다. “중국 한센인 회복자 마을이에요.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 마을이죠. 중국 행정당국의 손길도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이죠. 그 곳에 사는 40여명의 사람들은 전부 한센병을 앓았던 사람들이에요. 지금은 다 고령이신데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죠. 한센병 때문에 살던 마을에서 돌 맞고 쫓겨서 여기까지 온 분들이에요.”

 

전기도 안 들어와서 자체 발전소로 하루 3시간 동안 전기를 가동시킨다. 이마저도 돈을 못 내서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약간의 정부 보조금과 약품 지원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중국 정부가 중국 각지에 한센인 정착마을을 세우기 시작했다. 현재 667개의 정착마을이 남아있으며 서남부인 윈난성, 귀주성, 사천성 등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 문맹이고 실업 상태에 놓여 있으며 50년대에 지은 화장실도 없는 흙집에서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오지의 한센인 마을로 가는 길을 닦고 우물, 공중화장실과 목욕탕 등을 짓기 위한 워크캠프가 진행 중이다. “중국의 코디네이터 단체인 지아(JIA)의 중계로 한기연도 6년 전부터 워크캠프에 참여하게 됐어요.” 1월에는 한기연 대학생 6명이 중국 학생 12명과 함께 황짜오빠 마을에 머물면서 동네 우물을 만들었다. 지아뿐만 아니라 박준수씨가 다니고 있는 은평구 좋은만남교회와 사단법인 평화캠프 등의 후원으로 사업비를 만들었다. 비행기 값 98만원은 참가자 개인 부담이다. 개인에게도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인데 한기연은 1년에 두 번씩 6년 동안 워크캠프에 참여했다.

 

“한기연은 무엇보다 워크캠프에서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분들처럼 머무는 동안에는 잘 씻지도 않아요.” 박준수씨가 전하는 한기연 워크캠프의 컨셉은 “하드워크, 다시 말해 개고생”이다. “관광과 노동을 병행하는 워크캠프가 많은데 한기연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요. 현지인의 삶과 공감하려는 노력도 하구요. 그래서 더 감동이 있는 것도 같아요. 확실히 고생한 만큼 기억에 남더군요.” 현지인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마을잔치도 준비해갔다. 부채춤을 배워서 공연을 하고 장기자랑도 했다.

 

교감을 위해 한센인 회복자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것도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한기연 청년들이 임시로 생활하는 집도, 그들이 방문하는 집도 벽과 천장이 온통 까맣다. “마을 사람들이 초가집 마을에 버려진 폐허 같은 곳에서 사는데 햇볕이 안 들어오거나 땔감 연기 환기가 잘 안 돼서 온통 까매요. 연기 때문에 시력을 잃은 분도 있어요, 땔감이 중요한데 비싸서 돈 주고 사기도 여의치 않죠.”

 

물론 가장 큰 일은 동네 우물을 만드는 일이었다. 물이 늘 부족한 지역인데 해발 2000미터에서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높은 곳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의 어느 한 곳을 막아 물이 잠시 고이게 했다. 우물이라기보다는 물 수집소에 가까운 시설이지만 노령과 장애, 빈곤 등으로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현지 주민들에게는 크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일단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현지 주민들이 정말 좋아해요. 워낙 방문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자식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명절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정도래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잘 사는 자식들을 둔 부모도 있는데 본인은 외로움이 일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어요. 우리들이 손자뻘이니까 더 예뻐하면서 담배를 줘요. 그 분들은 담배를 권하는 것이 친근감의 표시죠.”

 

“중국 오지의 한센인 회복자 마을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나누는 활동이지만 참가하는 한기연 대학생들도 자기 인생을 성찰하는 중요한 시간이죠.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참가한 학생들과 함께 삶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워크캠프의 중요성이나 생태와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하죠.” 워크캠프를 다녀와서 한기연 토마토학교 교사가 된 친구도 있다. 토마토학교는 한기연이 진행하는 장애아동과의 인연맺기 학교다. 은평구에서는 좋은만남교회에서 토마토학교가 진행 중이다. “한센인 회복자 마을에서 인권의 문제를 몸으로 느끼고 한국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아요.”

 

박준수씨에게는 중국 오지에서의 워크캠프가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박준수씨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고 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교에서 다른 종교와도 어울리는 열린 기독교를 이야기하다가 추방된 선생님 등을 보면서 교리에 얽매이는 것보다 열린 사고와 열린 신앙을 고민하게 됐다.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만남교회의 신앙고백도 사회 참여적이고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죠. 앞으로는 지역사회와도 좀 더 많은 인연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기연도 워크캠프와 토마토학교 뿐만 아니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환자들과의 연대, 독서 모임 등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하는 단체다. 물론 성서 묵상 등 종교 활동도 한다. “마라톤도 참여하는데 인문학적으로 뛰죠. 달리면서 나를 돌아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에요.” 

윗 글은 

은평시민신문 61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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