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3일) 은평동지방회에 세명의 교역자, 두 분의 권사님이 잘 참석하였습니다.
뉴타운으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내에 멋지게 잘 지어진 동산교회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회의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잘 지어진 규모 있는 예배당 건물이 부러울만하기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잘 장식된 예배당, 줄맞춰 놓여진 장의자, 성능 좋은 빔프로젝터... 그러나 뭔가 불편했습니다.
개회예배를 드리는데 예배 중간에 일어서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순서에 따라 일어나 서려고 하는데 의자와 의자 사이 공간이 너무 좁아서 허벅지와 종아리가 걸려 제대로 무릎을 펴지도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가지 순서를 계속 일어서서 해야 했는데 종아리가 땡겨오고 조금씩 후들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땡겨오는 종아리에 힘을 주다가 의자를 뒤로 밀치게 되었습니다. 순간 뒷자리의 사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도 역시 마찬가지로 자리가 좁아서 불편했을텐데 제가 그 의자를 뒤로 밀어 더 좁아지게 만들었을테니까요. 너무 미안한 마음에 슬쩍 뒤를 돌아다 보면서 어정쩡한 사과의 인사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마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습니다.
문득 좁은 새장을 아파트같이 쌓아올린 양계장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아파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양계장의 닭장이 연상돼서 입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이랍시고 쌓아올려 놓았지만 위에서는 위칸의 닭들이 똥을 싸대고 또 아래는 또 아래대로 싸대는 똥을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파트가 똥을 이고 사는 시스템은 아닙니다만 어쨌건 인간적인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을 배려한 공간이 아니라 적은 투자로 더 많은 것을 거두려는 시스템을 배려한 공간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예배당이 그런 느낌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가만히 둘러보니 열을 맞춰 줄지어 배치해 놓은 장의자도 인위적인 틀과 질서에 하나님의 자녀들을 끼워 맞추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많은 장의자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며 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한 목소리로 성서를 읽어가겠지만 과연 그 예배가 '나'라는 자아정체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예배가 될 수 있을지 의심이 갑니다. 좁은 좌석에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똑같은 톤으로 찬송을 하고 성서봉독을 하겠지만 결국은 닭장 같이 시스템화 된 공간에 앉아 동시에 아멘을 외치고 나오는 것을 과연 예배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정말 교만한 생각이 맞습니다만... 여전히 '나'의 예배인가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은 비단 동산교회라는 어느 특정한 교회만을 지칭하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우리가 소위 좋은 교회, 멋진 교회, 큰 교회... 라고 하는 교회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한 양상이 아닐까요. 아마 어떤 교회는 조금 더 넉넉하게 좌석을 배치했거나 또 어떤 교회는 곡선으로 만들어진 장의자를 놓았거나 아니면 또 어떤 교회는 일인용 좌석이지만 그것을 바짝 붙여 놓아 장의자처럼 배치한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시스템은 똑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독교인들이 다 그런 교회의 시스템을 부러워하고 그런 교회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목사들은 그런 교회의 담임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잠시나마 우리교회의 예배공간이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인위적으로 줄 맞춰 놓은 의자도 없고 또 장의자처럼 드나들기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엄짝달싹 못하게 좁혀놓은 공간도 아닙니다. 다리를 뻗어도 되고 구부리거나 오므려도 됩니다. 바닥에 앉기가 불편하면 소퍼에 앉으면 됩니다. 어떤 틀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거기서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자기 자신이 부여 받은 자유를 누리면서 제각각의 모습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는 이미 자유로움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유무형의 수많은 틀과 형식들이 우리 삶을 강제로 규정하는 시절이라 그런지 우리 교회의 예배는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인이 얼마 없으니까 공간이 넓어서 그런 것 아니냐, 교인도 얼마 없는 쬐끄만 교회가 하는 자기방어 아니냐?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나 물읍시다. 교회 공간도 넉넉치 않은데 억지로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려고 애를 쓰고 의자 간격을 좁혀서 하나라도 더 놓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냐고요. 하나님의 자녀이고 소중한 존재라고 하지만 정작 교회에서는 하다 못해 좌석 배치 하나에서라도 그렇게 소중한 존재로 존중 받고 있느냐고요.
교회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람에게 제대로된 봉사를 할 생각이 없다면 그건 아주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의 자녀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하나님께 부여 받은 자유를 그대로 표현하면서 예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회가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그 멋드러지고 우람한 교회 건물들이 전혀 부럽지 않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