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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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에 목회지에 나와 육년 만에 대형사고를 쳤다. 예배당 부지를 마련하고 건축을 한 것이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부목사로 불러주는 곳도 없었고 나 역시 부목사로 내 인생의 한 부분을 보낼 생각도 능력도 없는지라 그저 그렇게 버텨온 것이었다. 40평 지하실 예배당에서 그런대로 잘 버틴 편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교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이 스무 살을 먹으면 성인이 되는데 교회도 스무 살이나 먹었으니 지하실방은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무턱대고 ‘지상으로 올라가자’고 교우들을 선동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사고는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대형사고가 되었고 대박이 터졌다.

갈현동 서오릉 입구 길목 이면도로에 49평 부지를 경매로 낙찰 받고 이왕 이렇게 된거 내친 김에 건축까지 하자고 덤빈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받고 감리회 서울연회본부와 지방 개대형교회들로부터 돈을 얻고 해서 총 4억 원 가까이 드는 일을 해낸 것이다. 2005년 늦가을에 기존 건물을 철거한 터에 H빔을 조립한 후 조립식 판넬을 붙여 세우고 외벽에 시멘트 사이딩을 붙이니 지하 1층, 지상 2층의 제법 근사한 예배당 건물이 2006년 봄에 완성되었다. 거기에 예배당 의자를 들여놓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니 보는 사람들마다 예쁘고 아담하게 잘 지었다고 칭찬한다.

지금 돌아보니 말이 쉽지 비용 절감한다고 네 명이서 직접 타카를 쏘고 페인트를 칠하면서 손수 지은 것이 기적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해 겨울은 얼마나 추웠던가! 예배당 건축을 하면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두 번 다시 건축을 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누군가 큰 돈을 쥐어주면서 한 번 해보라고 한다면 혹시 모를까 말이다.

예배당을 다 지어놓고 접이식 예배 의자를 오십 개 들여놓았다. 그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예배당을 거닐면 새로운 고민이 피어올랐다. ‘어떻게 하면 이 오십 개의 의자를 다 채울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예배당만 예쁘게 잘 지어 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 공간을 제대로 채울 때에라야 비로소 실질적 예배당 건축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오십 명을 만들어 예배당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다행히 오래지 않아 정신이 확 들었다.

우연한 기회에 예배당에 정성껏 마련해 놓았던 오십 개의 의자를 다 치우고 좌식으로 전환하였다. 의자를 치우고 예배당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니 시대에 맞지 않는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공간 활용도가 많이 높아져서 대체로 만족하였다. 지역사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어린이들과 놀이하는 프로그램을 하도록 예배당을 내주었는데 모두들 좋아하였다.

그런데 의자를 오십 개 놓는 것과 여기저기 바닥에 퍼질러 앉는 것과는 공간느낌의 차이가 컸다. 넉넉하진 않지만 의자라는 제한된 공간에 사람의 몸을 묶어 두니 오십 명이 앉기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자를 치우니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넉넉한 공간을 차지해 조금씩 좁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동네에서 목회할 때는 겨우 십여 명이 근근이 주일을 지키기 일쑤였다. 그렇게 일 년을 넘게 지냈었다. 공간이 부족하기는 커녕 너무 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식구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지금 함께 공동목회를 하는 전도사가 젊은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왔다. 청년운동 단체에서 간사로 일하다보니 함께 일하는 대학생들이 매주 서너 명씩 따라오게 되었는데 이래저래 다녀간 친구들이 20여명은 족히 되는 것 같다. 또 교회가 이전하여 몇 년 되니 자리를 잡았는지 새로운 교인들도 몇 가정 등록하였고 가끔 지나가다 들러 예배하는 손님들도 드나들다보니 예배당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봐야 2-30명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공간에 대한 염려가 살짝 들기 시작하였다.

어느 주일에는 30명 가까운 교인들이 주일예배에 참석하였다. 강단에 앉아서 본 예배당은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설교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예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새 예배당이 꽤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분명히 얘기해 둬야 할 것이 있다. 우리교회는 오십 명 이상 안 받을 것이니 주위에 우리교회에 등록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있으면 오십 명 다 차기 전에 빨리 하시라고 말씀 드리라’고 했다. 교우들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 표정이었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한 명이라도 더 전도하여 교회부흥을 이루려고 혈안이 돼있는 판이다. 거의 대부분의 목사들이 베드로처럼 한 번 설교에 삼천 명을 회개시키는 능력을 받기를 고대하고, 많은 교인을 모아 큰 예배당을 짓는 것을 목회성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좋은 목사, 그저 그런 목사, 능력 있는 목사, 별 볼일 없는 목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얼마나 많은 교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얼마나 큰 예배당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인 세상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우리교회는 오십 명만 받으니 등록하려면 빨리 해라고 하였으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미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교회에 와주시면 감지덕지 감사하지 어디 건방지게 오십 명으로 제한을 한단 말인가! 오십 명, 백 명, 이백 명, 오백 명이 와서 예배당이 비좁아지면 새로운 예배처소를 구하든지 아니면 새로 예배당을 건축하면 될 일이지 오십 명도 안 모이는 교회에서 배때기 부르고 간뗑이가 부어도 이만저만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아니라면 예배당 건축이 너무 힘들어서 단단히 겁을 집어 먹었거나!

강남의 어떤 대형교회가 수천억 원을 들여 엄청난 규모의 예배당을 짓는다고 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 교회 예배당이 비좁은 것은 사실인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매머드급 빌딩을 짓고 소유하는 것이 신앙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선교를 위해 제자들을 파송하는 자리에서 예수님은 두 벌 옷도, 두 켤레 신발도 갖지 말고 전대도 차지 않은 채 혈혈단신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고 명령하였다. 그런데 그런 예수를 믿는다는 교회가 세상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하고 사람들이 엄두도 못 내는 엄청난 공사를 하려고 하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오십 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열 명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했다. 50명이면 소돔과 고모라 같은 도시를 다섯 개를 살릴 수 있는 인원이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믿는 신자가 50명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내 그릇이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그리고 교인이 늘어난다고 계속해서 이사 가고 예배당 건축하고 한다면 내 목회가 결국 복덕방 목회, 건축 목회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교인이 늘면 떼어서 분가개척을 하면 된다. 이미 그런 좋은 예를 보여주고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꼭 내가 목회하는 교회의 예배당에 나와야만 내 교인(이 표현도 별로 적절하지는 않다)인 것은 아니다. 한 뜻을 품고 한 길을 가는 이들이라면 어디에 있든, 어디에 살든, 어느 예배당에서 주일을 지키든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날보고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해도, 배때기가 불러서 헛소리를 한다며 등을 돌려도 좋다. 어쨌건 내가 이 교회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오십 명만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오십 명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제대로 된 예수의 제자로, 하나님의 아들딸로 세우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 교회에 나오고 싶다면 서두르시라. 남은 자리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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