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화상
시인 정호승은 노래합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시인 랭보가 노래합니다.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정채봉 선생의 크고 착한 눈동자를 보고 아이같은 구십 노인 피천득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내 마음을 보여 준다면 누더기일거요."
노래만드는 백창우도 노래했습니다.
"삶의 긴 들판에 고운 꽃만 필 수는 없다. 그 긴 여정에 고운 바람만 불지는 않는다."
비가 오면 땅은 더욱 굳고, 흐르는 강물에 상처많은 돌들도 둥근 조약돌이 됩니다.
나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모난 내 성격을 울어봅니다.
상처 많은 세월에 피어난 오늘을 붙잡고도 울어봅니다.
울었던 내 모습은 착한 자화상이 되어 있습니다.
정호승은 눈비 그치면 햇살에도 상처가 있다고 노래했습니다.
착한 세상은 애가처럼 빛납니다.
- 홍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