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213-0325
죽음과 삶 3
최근에 한 천문학자 친구에게서 천문학에 관한 기초적인 것들을 좀 들었습니다. 듣기 전에는 몰랐던 건데, 우리가 태양을 볼 때 그건 팔 분 반 전의 태양을 보는 것이지 태양이 지금 거기 있는 건 아니더군요. 태양광선이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는 팔 분반이 걸리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보고 있는 건 거기가 아닌 다른 데 있는 거죠. 별들의 빛도 수백, 수천 년 걸려서 도달하니까 우리가 보는 별들은 우리에게 보이는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겠죠. 그 친구는 말하더군요. 한 은하계나 온 우주를 상상해 본다면 우리의 이 지구는 은하수의 중심은 커녕 그 꼬리 쪽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별마다가 한 태양인데, 더러는 우리의 태양과 지구와 그 사이의 거리를 합한 것만큼 큰 것도 있다. 재래의 추산으로는 은하계가 일억 개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우주는 매초 이백만 마일의 비율로 확장중이다. 나는 넋을 잃고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식사하던 식당에서 나왔을 때 나는 위를 쳐다보았는데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삶이 달리 지각되었어요. 그것이 깨달음입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에서 냉정한 사실만을 - 그게 지식이죠 - 발견할 수도 있고, 혹은 문득 삶에 대한 다른 지각을 얻을 수도 있는 겁니다. - 우리는 무엇이냐, 이 우주란 무엇이냐, 인생이란 무엇이냐? 그런 느낌에 이를 때, 그게 바로 내가 깨달음을 얘기하면서 뜻하는 그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