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관 지음 / 살림출판사
그의 노래... 그가 쓴 글이 내 영혼을 울린다.
홍순관 -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가수
신앙인으로서 그의 고백에 귀 기울여 보자.
1231-0729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문득,
책상 위를 걸아가는, 아가의 새끼손톱보다는
훨씬 작은 개미 한 마리를 검지로 꾹 누르곤
고민에 빠집니다.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도 태연하게
생명을 죽인 무책임에 멈칫, 숨이 막힙니다
개미의 일과 개미의 가는 길과, 그보다
더불어 사는 재미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생명이란 단어는 떠올리지도 못했습니다.
이기는 바위의 무게보다 더합니다.
무지하고도 날렵한 내 행동에 숨이 멈춰집니다.
언젠가 뒤뜰에 넓게 자란 호박잎을 보고
여섯 살 다솔이가 한 말이 스승 같습니다.
“아빠, 이것 꼬집으면 아프지?
이거 조금만 떼어내도 얘가 아파하지?”
나는 끝내 부끄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