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루'
1887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300킬로미터 떨어진 나일 강가의 한 도시 아마르나에서 이집트에서 히브리인들이 가나안에 들어가던 시기의 사정을 잘 알려주는 토판문서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토판문서를 '아마르나 문서'라고 부르는데 이집트 왕과 가나안 도시들 사이에 오고간 외교 문서들이었습니다. 이 내용에는 '하비루(habiru)'라는 표현이 무려 125번이나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비루들이 이집트 왕의 땅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하비루들이 예루살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라기스의 왕은 하비루들과 연합한 노예들에 의해 암살 되었습니다."
"저 보병대와 병거대, 나의 형제들 그리고 하비루들을 거느리고 나의 주인께서 명령하시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이 문서들을 통해서 보면 하비루는 누구에게라도 종사할 수 있는 떠돌이 용병 무리들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비루의 가장 많이 쓰인 의미로는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 반항적인 농민'을 가리킵니다. '하비루'와 '아피루' 같은 이름은 셈족어에서 b와p는 서로 교차해서 쓰이기도 하는데 앞에 나오는 h는 묵음이 됩니다. 그래서 '히브리'의 히브리식 발음은 실제로는 '이브리'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하비루(hbr)'와 성서에 나오는 '히브리(hbr)'가 사실은 같은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히브리'가 혈통에 의한 민족 개념이 아니라고 그 당시 하층민을 가리키는 계급용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민족은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홍태의 목사(한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