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그리하여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47 내 마음이 내 구주 하나님을 좋아함은, 48 그가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할 것입니다.
복음서 시대에는 이 세상에 지고한 신들의 아들들이 태어나는 여러 신화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 신들의 아들들은 어떻게 태어날까요? 그리스-로마 신은 남신과 그 짝인 여신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신(주로 제우스)이 땅에서 넋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물론 여신의 눈을 피해서 몰래 만나지요. 신의 아들은 이렇게 신의 마음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기막히게 아름다운 여인을 매개로 태어납니다. 남성 신의 바람기와 미녀의 만남에서 사건이 일어납니다.
성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이러한 신화의 시대에 그 신화들과 맞서 있습니다. 따라서 신화들과의 차이점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서의 하나님은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는 그런 존재가 아니지요. 그리스 신화와 달리 예수님은 바람난 신들의 우연한 불장난으로 태어난 운명적 소생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나님의 분명한 뜻과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들을 보내시기 위해 마리아라는 여인을 택하셨습니다. 마리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요? 얼마나 매혹적인 여인이기에 하나님께 택함을 받았을까요? 그런데 복음서는 저 신화들과는 달리 마리아의 미모라든가 뛰어난 지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리아의 비천한 출신을 드러냅니다.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는 작은 식민지, 그중에서도 변방으로 차별받는 지역, 갈릴리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습니까? 마리아는 뛰어난 여인이 아니라 오히려 비천한 여인이었습니다.
‘주께서 이 여종의 비천함을 보살펴 주셨습니다!’ 택함을 받은 마리아의 고백입니다. 성탄의 신비는 하나님께서 비천한 자를 돌보신 데에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신분이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특별하고 귀한 신분을 택했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비천한 자를 택하셨습니다. 로마의 신들은 승리자를 택했지만, 하나님은 오히려 실패한 자를 택하셨습니다. 일찍이 파라오의 억압에 신음하는 히브리인들을 택하셨던 하나님은, 갈릴리의 한 여인 마리아를 부르셔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려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작은 자들을 부르십니다.
† 우리의 비천함을 보살펴주시는 하나님! 오늘도 이 땅에서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통해 생명과 평화의 역사를 이루어가시는 주님을 찬미합니다. 우리도 주님의 부르심을 듣고 겸손한 마음으로 따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