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파업사태 해결을 축하합니다"
510일!
일 년 하고도 다섯 달이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런데 510일 동안 불안과 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살았다면 그 시간은 단순한 수치로써의 510일 이상의 무게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무거운 시간들을 꾹 참고 견뎌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아줌마들의 파워가 세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라니 정말 놀랍고 대견할 뿐입니다.
작년 6월 17일에 비정규적 계산원 아줌마들을 해고함으로 시작되었던 이랜드 파업사태가 지난 13일에 전격적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종결이 일방의 승리나 쌍방의 상처가 아닌 화합과 이해의 결실이었다고 하니 더욱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 테스코는 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고용보장에 힘쓰고 외주화를 중지하며 파업과정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기로 하였고 노동자도 앞으로 3년 동안 노사분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등 '노사화합선언'을 채택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전격적으로 화해를 이루고 합의를 도출해 낸 데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후문이 들립니다. 김경옥 노조위원장을 비롯하여 열두 명은 복직을 고집하지 않고 동료 직원들을 위해 자진사퇴하여 타협을 이루기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갸륵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이 단순하게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버는 수단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듯이 노동은 인간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아를 완성시키며 이웃에게 봉사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이 단순하게 활용가치, 생산가치로만 계산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을 단순한 물질의 부분, 혹은 감정이나 존엄성이 없는 기계와 같이 취급하는 신성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랜드 파업사태의 해결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는 화합과 상생, 이해를 향해 내달리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듯이 이제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화해하고 서로를 건전한 파트너로 이해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랜드 파업사태의 해결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동료를 한 간부들의 희생은 반드시 보답을 받으리라 믿습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