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2010.06.22 15:20

개청춘 뒷 이야기

조회 수 1285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P1000601_20100620_lx3.jpg P1000604_20100620_lx3.jpg P1000606_20100620_lx3.jpg P1000607_20100620_lx3.jpg P1000611_20100620_lx3.jpg P1000613_20100620_lx3.jpg P1000615_20100620_lx3.jpg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을 줄여서 ‘이태백’이라고 그런단다.  실제로 이십대 청년 절반이 놀고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청년 문제가 확실히 풀기 어렵게 된 것 만은 사실이다.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혹은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책방에서 매달 하는 정기 영화 상영회에서 단편영화 <개청춘>(감독:‘반이다’그룹)을 보기로 한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제 삼십대 중반 나이를 넘어가고 있지만 책방에서 이십 대 청년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사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  심지어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진지하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모두 어슷비슷하다. 

내가 대학로 작은 극장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은 건 이십대 때다.  이십대 중반이었나?  어쨌든 그렇다.  그때 김광석이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김광석의 후배가 했던 말을 김광석이 대신 말했다.  그 후배는 이제 나이가 서른이 되었다.  갑자기 후배가 김광석에게 말했다.  “형, 힘들어.”  “뭐가?”  “답답해.”  “아니, 뭐가?”  “답답해…….”  그런 얘기를 한 다음 김광석은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 제목이 서른 즈음이라고 해서 그런지 나는 그 느낌이 어떤 건지 잘 몰랐다.  진짜로 서른 즈음이 돼서야 그 노래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 노래를 다시 들은 건 김광석이 죽고 내가 서른 즈음 나이가 되었을 때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있을 때였다.  버스 기사가 틀어놓은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 가사가 내 귀로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이유도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아무 일도 하기 싫었다.  아니,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이 없었다.

<개청춘> 영화에는 지금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서른 즈음을 향해 걷고 있는 세 사람이 나온다.  책방에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은 이십 대도 있었지만 그 이상도 많았다.  정식 영화관도 아닌 공동체상영인데 입장료 오천 원씩 내고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보려고 버스타고 충남 공주에서 올라온 대학생도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하고 풀리지 않는 시험문지를 대책 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이 영화를 만든 세 여자 감독이 책방에 도착했다.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서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과 감독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많지 않은 사람이 모여서 보는 공동체상영은 이런 게 재미있다.  젊은 감독은 앞에 나와 앉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돌아가며 느낌을 말했다.  더러는 감독에게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이 감독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역시 ‘왜 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쉽게 생각하면 청년문제는 그런 많은 문제 중 일부다.  영화에 나오는 청년들과 비슷한 나이인 감독도 사실은 비슷한 청년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자다.  게다가 <개청춘>이라는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다.  세 감독들은 저마다 돈 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면 돈 안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다.  어떤 사람이 들으면 참 비효율적이고 생산성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럼에도 감독들은 저마다 이 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세 감독이 <개청춘> 다큐멘터리 기획 회의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 한명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인정도 못 받고 돈 안 되는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그에 대한 해답이 <개청춘> 영화에는 없다.  어딘가 해답이 있었다면 지금 청년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말도 안 나올 거다.

관객과 감독은 서로 의견을 이야기 하다가, 느낌을 주고받다가, 칭찬을 했다가, 토론 같은 분위기가 되기도 하면서 한 시간이 넘도록 서로가 가진 생각을 풀어놨다.  그건 영화를 보고 끝나면 무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내일이면 회사에 출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것 이상으로 소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청년 문제든 무엇이든 그걸 풀어야 할 사람들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두 사람이 그 문제를 푸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사회에 작은 관심을 갖고 함께 어울려 문제를 바라볼 때 점점 나아지는 이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중간에 나왔던 플라스틱 잠수부가 눈에 밟힌다.  아무리 헤엄쳐도 좁은 대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잠수부 - 우리 모두는 거기 있는 잠수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를 좁은 틀에 가둬놓은 대야가 되었기 때문이다.

?
  • ?
    방현섭 2010.06.30 09:20
    존 레논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태백!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 듣고는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태백이라는 말은 사오십대를 빗댄 사오정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사오십대는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가져봣었으니까요.
    그러나 이태백은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이들에 대한 자조적 울분의 표출이니까요.
    이십대 청년이 '놀고 먹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겠죠. '힘들어 하면서 굶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워킹푸어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위킹푸어는 거의 청년층이 해당하더군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암울하고 가슴 아픈 분위기입니다.
    내가 학교다닐 때에는 '서른 즈음에'와 시대는 비슷하겠지만 '나이 서른에 우린'이라는 노래를 불렀지요.
    이 노래는 제법 비트가 있고 박자도 빠른 신나는 노래입니다.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저 거친 들녁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이름으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꿈꾸게 될까
     아주 작은 울타리에 갇히진 않을까
     우리들의 만남과 우리들의 약속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에 우린 들을 수 있을까

    '~까'라는 질문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흔들림 없이 소중한 꿈들을 지켜가자는 격려와 다짐이 이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이 서른에 우린' 보다는 '서른 즈음에'의 막막한 분위기가 이 시대를 더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살아남고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겠죠.

    [88만원 세대]에 보면 저자 우석훈은 청년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면서 책을 정리합니다.
    청년들이여, 토플책을 덮고 짱돌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쳐라!

    청년들이 누군가 자신들의 상황을 풀어줄 것일 기대하면서 끝도 없는 경쟁에 자신을 몰아치지 말고 스스로 이 문제를 정면돌파 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기꺼이 그들의 정면돌파에 미력이나마 함께 하겠습니다.
    청년 여러분, 힘내세요.
    그리고 좋은 시간 만들어 주신 이상북에게도 감사드립니다.

  1. No Image

    성서대학 詩作(3) - 사랑의 하나님 / 김성희

    Date2010.07.01 By좋은만남 Views1210
    Read More
  2. No Image

    성서대학 詩作(2) - 감사함을 깨닫게 한 수술 / 정지수

    Date2010.07.01 By좋은만남 Views1322
    Read More
  3. No Image

    성서대학 詩作(1) - 감사의 찬양시 / 오호숙

    Date2010.07.01 By좋은만남 Views1232
    Read More
  4. 한국전쟁 60년 [평화는 어디에..]

    Date2010.06.29 By좋은만남 Views908
    Read More
  5. No Image

    [ 건강 상식 ] - 8. 암,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Date2010.06.29 By좋은만남 Views1019
    Read More
  6. 오아시스는 어디에?

    Date2010.06.24 By좋은만남 Views1024
    Read More
  7. 개청춘 뒷 이야기

    Date2010.06.22 By존레논 Views1285
    Read More
  8. "오아시스" 모임에 초대합니다

    Date2010.06.22 By좋은만남 Views1036
    Read More
  9. 이상북에 대한 블로그 기사 있어서 퍼 왔어요

    Date2010.06.16 By좋은만남 Views1184
    Read More
  10.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발은

    Date2010.06.15 By좋은만남 Views109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70 Next
/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