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실현과
한반도평화통일기원 현장연합예배"를 드리고
박순용 성도
지난 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뜻있는 교회들이 모여 6.15 공동선언실현과 한반도 평화통일기원 현장연합예배를 보았습니다. 2000년 6월 15일, 대한민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리며 거기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우리들에게 곧 통일이 될 것같은 감동과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에게는 그 때의 기억들이 아주 머언 옛일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있었던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교회에 모인 우리들은 소풍을 떠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모자와 양산을 챙기고 돗자리를 챙겨 들고, 얼음물과 과일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자유로를 씽씽달려 도착한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은 엄청 더웠지만 소극장처럼 아늑했고 펼침막의 문구들과 중앙의 십자가는 의미심장해 보였습니다. 길놀이로 시작하여 김성만님의 쓴듯 아린듯 울려오는 ‘봄쑥’ 노래를 들으며 예배는 시작되었습니다. 평화를 구하는 기도와 격앙된듯 과격한 듯 6.15의 의미를 담아낸 시낭송을 듣고 교회별로 준비한 찬양을 드렸습니다. 들꽃향린교회의 찬양은 성가대처럼 은혜롭게 다가왔고 우리교회는 준비가 부족했지만 신나게 화합의 의미를 담아 열심히 찬양했습니다. 찬양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고, 알차고 야무진 목소리로 우리의 연대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강실 목사님의 말씀은 임진각을 너머 울려퍼졌습니다. 모두가 일어서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평화를 표현하는 몸짓을 통해 예배는 마무리 되어 갔고, 예배를 마친 후 더이상 갈 수 없는 철조망까지 다함께 평화의 행진을 했습니다. 예배를 통해 기억 저편의 6.15 공동선언의 의미와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되새기었습니다.
재민이가 봉독한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 그 분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 에베소서의 말씀이 우리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전쟁이 언제라도 일어날 것 같은 지금의 답답하고 갑갑한 이 나라의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누가 예수가 되어 전쟁을 멈추게 하고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들어 이 땅에 평화를 이룰까요? 저 멀리 전주에서 그리고 거창에서 달려와 예배에 함께 한 사람들... 잊혀져 가는 역사의 현장을 되살리며 평화의 몸짓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 이 상황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며, 내 작은 힘으로는 할 수 없다며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들을 깨우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평화를 만드셨던 예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잊고 있었고, 애써 무관심하고 싶었던 저에게 그들의 모습이 울림이 되어 저를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남과북의 대립으로 인한 불확실한 불안이 아니라 평화로 만들어내는 희망이 되도록 작은 힘을 보태야할 때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