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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은 생명, 평화, 민주주의!

 - 한기연 ‘그섬에 가고싶다’시즌2를 다녀와서 -
                    
                                                                                                                                                    글: 이준상 청년

 

 숨통을 조여 오는 더위가 연이어 이어지던 팔월. 도시에 무자비하게 널려있는 빌딩들이 나 하나 살겠다고 에어컨을 켜대었다. 실외기는 열을 내어 돌아가고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부채질을 해대며 불쾌한 듯 거리를 걸었다. 영등포 도심 한 쪽에 박힌 우리 집은 도시가 발산하는 열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함께 사는 여섯 남자가 모두 속옷 달랑 한 장 걸치고, 선풍기 세대 열심히 굴려 보아도 방금 씻고 나온 몸에 담이 송골송골 맺혔다. 흙, 모레, 계곡물, 바닷물 한 번 스쳐보지도 못하는 도시에 삶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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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약칭 - 한기연)는 지난해 여름놀이로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인천에 있는 덕적도에 다녀왔다. 여름 물놀이 간답시고 어느 이름 있는 해수욕장 가면 더위에 숨통 조이는 게 아니라 물 샐 틈 없는 인파에 몸이 밀리고 인심 없는 상점들이 마음이 밀린다. 그래서 우리는 섬을 찾았다. 인적 드물고 여전히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곳에서 몸과 마음이 치유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두 번째 프로젝트로 강정마을을 찾았다. 시작은 도시에서 벗어나서 조금 쉴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 쪽 저 쪽에서 바쁘게 살던 한기연 식구들 열세 명이 공항에 모여 서로의 들뜬 마음을 뽐내었다. 비행기는 줄행랑을 치듯 서울의 밤을 쏜살같이 빠져나갔고 이내 제주공항에 이르렀다.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어둠을 더럽히던 서울과 달리 정성껏 어둠을 드러내 보인 제주도의 캄캄한 밤이 살가웠다. 삼사십 분 차를 달린 뒤에야 숙소인 강정마을 의례 회관에 도착했다. 강정마을에 긴 시간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내일 일정을 짧게 나누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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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은 ‘생명, 평화, 민주주의’ 라는 가치는 일상에 빗겨나 있는 듯 보이지만 삶과 가까이 기대어 있다는 것 느끼게 해주었다. 이 차선 도로의 한 쪽에는 공사장을 가리는 철판들이 일렬로 서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구럼비를 지키려는 신부님들, 지킴이들, 마을주민들이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이들은 구럼비라는 ‘생명’의 바위를 지켜내기 위해, 해군기지라는 전쟁의 불씨를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을 기만하듯 했던 막무가내 공사 진행을 막기 위해, 이곳에 서있었다.

 

시장질서의 원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는 신자유주의는 이곳에서도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불합리하게 이루어진 해군기지 건설 결정과 자연 유산인 구럼비 파괴에 반대한다는 목적으로 공사장에 들어가려는 차량들을 막아섰다. 합쳐야 20명 남짓 되는 인원이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한 방법 중 하나였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200여명 가량 되는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우리가 왜 여기서 서서 공사 차량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단지 공사를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하는 비인간적인 확성기의 울림만 들릴 뿐이었다. 우리는 경찰들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공사 차량들은 원활하게 이동했고, 차량이 이동한 뒤에야 경찰들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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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난 받고 있는 곳에 가면 개인은 무력감을 느낀다. 특히 거대한 위계 속에서 밑바닥에 서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가 20명이 모였을 때, 200명을 몰고 오는 그들 앞에서도 우린 더 정당하고 더 사람답기 때문에 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강정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있는 ‘달팽이 카페’에 갔었다. 보슬보슬 가랑비가 마음을 축축하게 적시고 바다는 파스텔 톤 해를 삼키고 있었다. 바다, 바람, 해, 모레, 바위 모두 우리의 것이 아닌데 욕심이 과하다. 우리도 그저 저들 곁에 있는 하나의 무엇일 뿐인데 거만하다.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고 삶이 반성되어 아무 말도 소리도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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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정 관련하여 감리교 목사인 정연길 목사님을 비롯하여 총 8명이 구속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생명과 평화의 싸움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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