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관 지음 / 살림출판사
그의 노래... 그가 쓴 글이 내 영혼을 울린다.
홍순관 - 평화와 생명을 노래하는 가수
신앙인으로서 그의 고백에 귀 기울여 보자.
1248-1125
나비만 넘던 선을
나비만 넘나들던 선.
설마 그것이 오십 년 세월, 넘지 못한 선인 줄은
몰랐을 테지요.
사람들이 서로 싸워 제 땅에 금을 그어 놓은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지 못했을 거예요.
살도 없는 날개는 세월도 모른 채
팔랑팔랑 선을 넘었지요.
바람도 버거운 날갯짓.
가랑비에도 힘겨운 저공비행.
가라앉다 올라가고 올라가가 멈칫하고. 넘는다는 것이
저다지도 애처로운 것일까요.
가냘픈 날갯짓에는 세월만 무겁네요.
넘고 싶은 날개에는 핏줄만이 이어져 있네요.
여린 날개 속으로 숨겨둔 선명한 핏줄은
아직도 꿈틀거리고요.
그 선한 날갯짓, 여러 겹 세월을 넘고 넘어
금을 넘고 선을 넘네요.
상처투성이 아픔투성이 눈물투성이 날갯짓.
낯선 곳 통일을 만나러 팔랑팔랑 소풍가듯
넘어야지요.
십리도 못 가 발병 나던 아리랑 고개를
굽이굽이 춤추며 넘어야지요.
나비같이 가벼운 내 님을 따라 넘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