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고 무료한 일상
성서본문: 거기에는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그리스도는 만유시요 만유 안에 계시니라
(골로새서 3장 11절)
찬송가
143장 웬말인가 날 위하여
묵상
얼마 전에 ‘Touch of the Light’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맹인으로 태어나 피아노에 대한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모든 편견을 이겨내고 지금은 피아니스트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황유시앙이라는 분의 삶을 다룬 실화입니다. 그는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을, 꿈을 향한 발걸음과 좋은 친구들을 통해 극복합니다. “단 하루라도 눈을 뜨고 볼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황유시앙은 그냥 평범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꿈꿉니다. 혼자서 거리를 걷고, 커피숍 창가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시켜놓고, 창밖의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잔 시켜 놓고, 창가에 앉아 일상의 소리를 녹음 합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는 소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소리를 통해 빛을 느끼고, 소리를 통해 일상을 만끽합니다. 편견이 사라진 그는 이미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무료한 일상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꿈입니다. 누군가는 푹 쉬어보는 것이 꿈이겠지만, 어떤 이는 제발 아무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습니다. 뚱뚱한 사람이 있고, 날씬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서로 다른 존재인가요?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존재입니다. 한사람의 생명의 무게는 같습니다. 그가 가진 부, 명예, 사회적 지위, 심지어는 건강까지. 그 어떤 이유도 서로 다름의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한 사람이 입고 있는 옷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오실 때, 모든 이를 위해 오셨습니다. 모두에게 자유를 주시기 위해 오셨고,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의 1번지. 세종로. 우리가 흔히 광화문 4거리라 부르는 이곳은 국내 1, 2위의 신문사와 굴지의 대기업들, 정부종합청사와 인근에 위치한 청와대까지 화려해 보이는 광화문 4거리 지하에는 꽤 오랜 시간 이어진 농성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다양한 포스터와 피켓들, 그리고 몇 개의 헌화대가 있습니다. 그 헌화대 위에는 꽃과 촛불, 사진이 놓여 있고, 서명을 위한 종이가 놓여 있습니다. 장애인등급제폐지와 부양의무 폐지를 위한 농성촌입니다.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무기한 농성장’. 이 이름이 이곳의 정식명칭입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화려하게 성공한 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생존을 위한 외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언젠가 오랜 기간 연락이 없던 한 집사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광화문을 걸어가다가 농성촌을 보았다 면서 이렇게 이야기 하십니다. “사람이 가축도 아니고, 왜 등급을 나누는 겁니까? 전도사님도 꼭 서명해주세요.” 사람의 가치는 모두 동일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에 차등이 없는데 누가 누구를 등급을 매기고, 나눌 수 있을까요?
지금은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희생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고난 주간입니다. 그리고 그 고난과 희생은 이 땅에 있는 모든 이를 위한 선물이었습니다. ‘헬라인이나 유대인이나 할례파나 무할례파나 야만인이나 스구디아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차별이 있을 수 없나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됩니다. 나와 같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나와 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십자가를 마다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황유시앙의 꿈은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이었습니다.
기도
사랑과 은혜의 하나님 아버지. 낮은 곳에 임하시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죽기까지 충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희생을 생각할 때.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너무도 부끄럽고 하나님 앞에 얼마나 죄스러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로 하여금 주변의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특별히 육신의 장애로 인해 아픔 중에 있는 이들의 고통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지금 장애인등급제와 부양의무제로 인하여 그들이 더 큰 고통 속에 있습니다. 주님께서 위정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시어 하루 속히 이들이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