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영이 우리 위에 내린다.
-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를과 함께
성서본문 이사야 11:2-9(공동번역)
야훼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야훼를 알게 하고 그를 두려워하게 하는 영이 내린다.
그는 야훼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기쁨을 삼아 겉만 보고 재판하지 아니하고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아니하리라.
가난한 자들의 재판을 정당하게 해주고 흙에 묻혀 사는 천민의 시비를 바로 가려주리라. 그의 말은 몽치가 되어 잔인한 자를 치고 그의 입김은 무도한 자를 죽이리라.
그는 정의로 허리를 동이고 성실로 띠를 띠리라.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
젖먹이가 살무사의 굴에서 장난하고 젖뗀 어린아기가 독사의 굴에 겁 없이 손을 넣으리라.
나의 거룩한 산 어디를 가나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일이 다시는 없으리라. 바다에 물이 넘실거리듯 땅에는 야훼를 아는 지식이 차고 넘치리라.
찬송가 96장 ‘예수님은 누구신가’
묵상내용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이익과 효율성의 증진을 위해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담보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생명과 삶을 짓밟습니다. 그것이 현명한 성공의 방법인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눈물과 절규로 뒤범벅이 된 사회에서 눈과 귀를 닫고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비정규직은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을 적게 주고,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정규직과의 차별대우(같은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50-70% 수준의 임금. 통근버스, 할인구매 등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복지가 비정규직에게는 없음), 저임금/장시간 노동(최저임금제에서 정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지나친 업무강도 등),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고용이 그 특징입니다. 게다가 어용노조가 아닌, 민주적 노동조합 결성시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근로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하는 탄압을 받습니다.
울산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에 희생당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이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여, 정몽구 회장은 매년 45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챙기고, 8조원 가량의 어마어마한 흑자를 비축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익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올리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이윤창출에 용이한 비정규직 양산을 위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고용환경을 조성하고, 불법파견근무인 사내하도급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불법일지라도 이윤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타인을 갈취하는 것일지라도 자본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불의에 맞서고 있습니다. 올 겨울엔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거대기업과 정부는 늘 강자의 편만 들어주고, 사회적 시선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따뜻한 위로와 정의로운 연대를 바랬건만, 오히려 세상은 무관심과 비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도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절망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 말씀에 이샤야는 주의 영이 내린 사람을 보는 환상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성실의 허리띠를 두른 그의 말과 입김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자를 심판하는 몽둥이가 되리라고 말합니다. 그가 만들어갈 하나님의 거룩한 세상은 해함도 상함도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약육강식의 정글과 같은 우리 사회가, 이사야의 환상 속의 하나님의 거룩한 산과 같은 곳이 되려면, 주의 영이 내린 사람들의 말과 입김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넘쳐나야 합니다. 그는 겉만 보고 재판하지 않고 무성한 말만 듣고 시비를 가리지 아니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가난한 자들의 재판을 정당하게 해주고 흙에 묻혀 사는 천민의 시비를 바로 가려주리라고 말합니다.
이 사순절기에 예수님에게도 충만하였던 이 거룩한 영이 오늘 우리에게도 내리기를 소망해봅니다. 신음하고 있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위해 함께 호소하고, 그들의 절규가 바로 들리도록 함께 외쳐야 합니다. 상대를 물어뜯고 밟고 올라서야 살아남는 세상의 지혜가 아닌 상생과 평화의 하나님의 지혜가 바닷물처럼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
하나님 고통가운데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억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에게도 내렸던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 오늘 우리에게도 임하여, 정의와 평화를 위한 말과 입김으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