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의 새해소망
글: 송윤혁 청년
2013년 나의 소망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지 않는 것 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중산층이 되기를 바라지는 더더욱 않고 가난한 사람들이 먹고살만해지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더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떨어질 곳이 있음을 경험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희망을 앗아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쪽방촌도 마찬가지 입니다. 텔레비젼에서는 쪽방촌을 가난한 사람들이 가는 최후의 주거라고 표현합니다. 이 곳는 평생을 많은 것들을 잃고 패배한 사람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래도 나름의 희망과 삶의 이유를 찾아서, 혹은 버티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압니다.
아직 인생의 밑바닥을 보지 않은 것을. 그래서 폐지를 줍고, 고물을 줍고, 한 달 월급이 50만원도 안되는 국가에서 만든 일자리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냅니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당선인의 인수위에서 조건부수급자를 EITC제도에 편입하겠다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에서 제공했던 일자리를 없에고 스스로 일을 찾으라는 겁니다. 4대보험이 인정되는 일을...그러면 연말에 세금환급을 통해 수입을 보조하겠다는 안 입니다.
지금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두루 판단할 깜냥은 되지 않으나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세상이란 것을 이러저러하게 보게 됩니다. 아주 조직적이고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짜내는 세상을 보며 우리가 조금 더 숨통이 트이게 해달라는 바람은 너무 당연하지만 감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윤혁이의 2013년 계사년 바람을 외칩니다!
'우리를 더이상 낭떨어지로 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