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나님의 이름
엘(엘로힘)
히브리어 ‘엘로힘’은 구약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본래는 ‘신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이다. 그러므로 종종 이방신들을 언급하는 복수명사로도 사용되며 드물게는 ‘우상’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뜻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힘’, ‘능력’을 뜻하는 ‘엘’에서 파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명사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을 지칭하여 사용될 때는 하나님의 온전하심과 전능하심과 풍성하심을 의미하는 장엄복수형 또는 강조복수형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다신론적인 배경에서 나왔다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모든 신들 중에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사상이다. 물론 이방신들을 모두 생명 없는 우상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다신론적인 배경을 가진 서아시아 지역에서 엘로힘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인 신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모든 신들 중에 으뜸이신여호와 하나님을 특별히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바알
바알은 주인이라는 뜻을 가졌다. 집, 가축, 재물, 심지어는 아내를 가진 남편까지도 바알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러니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이 바알이라고 불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는 바알이라는 말이 가나안 지역에서 섬기던 신의 명칭이 되었다. 이방신인 바알을 섬기는 것과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비슷하게 여겨지기까지한 것을 보면 어떤 연관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튼 하나님도 바알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적도 있다. 그러나 바알신 숭배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으로 인해 이런 전통은 퇴색되었다.
참고로 바알신은 비와 우뢰의 신으로 다산의 상진이다. 농경문화에서는 비가 와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더군다나 서아시아와 같이 비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비가 얼마나 오는가 하는 것이 풍년과 흉년을 가르는 열쇠였다.
여호와, 야웨(야훼) 아도나이
여호와(Yahweh)는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셨던 그 신, 즉 하나님(고유명사)의 이름이다. 이는 ‘하야(be, 되다)’로 표현되는 말의 축어형태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이름은 출 3,14에서 모세에게 그 자신을 계시하실 때 밝히신 이름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호와라고 부르는 이름이 확실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이름이 너무나 신성하고 거룩하여서 감히 그 이름을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실제로 읽지는 않고 신약성경의 경우에는 대신 ‘나의 주님(아도나이)’로 읽었다. 그러다보니 발음이 잊혀졌고 모음도 사용하지 않아 자음으로만 YHWH로 표현하였다. 그러던 것이 16세기경에 와서 여호와(jehovah)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었고 오늘날까지 여호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하나님의 이름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분명하게 매듭지어지지는 않았다. 야웨, 야붸, 야훼 예호봐, 여호와, 예호와 등등 정학한 호칭에 대해서 많은 학파들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는 하나님의 이름도 역시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데오스
데오스는 구약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엘, 엘로힘에 해당하는 그리이스어이다. 이 표현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한편 ‘큐리오스(주님)’는 구약성경의 여호와에 해당하는 이름으로 쓰인다.
출애굽기 3:14
미디안 광야에서 양떼를 치던 모세는 호렙산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려다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하나님은 이집트인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모세를 부르셨다. 모세를 바로 왕에게 보내 협상을 하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그러자 모세는 이 알 수 없는 신에게 당신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하나님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자신을 나타내셨다. 이 구절의 난하주를 보면 ‘히, 나는 나다’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이름 여호와(혹은 야웨/야훼)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나다’라는 말의 자음이 YHWY로 쓰인다. 여기에 적당한 모음을 붙여서 여호와, 야웨, 야훼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이었고 그 발음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은 하나님이실 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하나님 그 자체이시지 그 다른 무엇, 무엇과 비슷한 어떤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의 조항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이것이 하나님이다 하고 숭배했던 광야에서의 이스라엘 백성과 아론은 그러므로 큰 죄를 지은 것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이시지 송아지 형상을 한 신이 아니다.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으로 우리와 마주하시기를 원하시는 분이심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