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나님의 생명의 기운으로
인간이 된 존재 (4)
(창세기 2:4-6)
* 창조적 진화의 아름다움
창조론과 진화론은 가장 해묵은 논쟁 중에 하나입니다. 창조론과 진화론의 개념을 정리하는 것은 유한하면서도 영원을 지향하는 인간이 어떤 특징을 지닌 창조물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창조와 진화가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조를 내세우는 성서와 진화에 주목하는 자연과학은 대립관계에 놓여왔습니다. 창조와 진화 논쟁은 특히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 이후 계속되었습니다. [종의 기원]은 가령 인류가 여러 인종으로 나뉘는데, '류'의 하위단위인 '종', 즉 인종이 어떻게 서로 갈라지게 되었는가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인간을 직접 다루기 보다는 다른 생물체가 그 대상이 되었지만, 바탕은 다르지 않습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쓴 동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류사회에 불행과 비극을 가져다 주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것에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반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출발점을 가지고 있으니, 시간과 환경에 따라 신체적 모습이 달라진 것 뿐이니, 서로 차별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창조는 진화와 대립되지 않습니다. 인간은 창조된 동시에 태어나면서 곧바로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처음부터 완전한 존재로 창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고 불완전한 존재로 창조하시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끊임없이 새롭게 진화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사도바울이 말씀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만큼 자라나서'라는 이야기 안에는 창조적 진화의 성향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는 창조의 기획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과정과 목표입니다. 사람은 완성을 지향해가는 주체적 의지를 가진 존재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진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것이 '태초의 순간'이 다양하고도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까닭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축복과 뜻 안에서 매일 새롭게 창조되고, 그럼으로써 진화의 상승곡선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