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이 우리의 목을 조여 온다.
글: 두더지
요즘 고학력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류대를 나와도 취업이 되지 않으며, 더 큰 문제는 높은 학비로 인한 학자금대출 때문에 졸업생의 대부분이 몇천 만원 대의 빚을 지닌 채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실업상태로~ 또 딱히 청년실업이 아니어도 대량해고와 경기 불황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 힘겨워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하고 싶으나 일할 수 없는 이들, 소위 ‘노동자가 되고 싶으나 노동자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즉 실업인이 넘쳐 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편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쌍용자동차, 현대 자동차를 비롯한 대기업조차 기업의 횡포와 다양한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의 탄압은 물론이거니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량 해고와 비정규직화 등은 노동자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생산직 노동자 뿐만이 아니라 외환은행과 같은 금융 노동자들 역시 일자리가 불안정 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또 다른 부분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비록 개인의 고통은 경합될 수 없지만, 실업인과 노동자 사이, 그 틈새에는 그 누구보다도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비공식 노동이라 불리며, 노동법의 법적인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비공식 노동자들이다. 상상초월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 때문에 4대강 공사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20여명의 건설 노동자 중 운송기사, 중장비 기사 등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 수많은 식당에서 일하는 식당노동자들, 학습지 교사, 야쿠르트 배달원 또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실업인과 노동자 사이 그 틈을 메우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노동자’는 법적으로도 보호 받지 못하고,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여건에서 생존을 담보로 이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도, 4대보험의 혜택도 없다. 이들은 ‘노동은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인 것이다.
서울 시청 오른편 근처에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작은 텐트와 플랜카드들이 꿋꿋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앞에는 ‘정직한 교육’을 표방하는 재능교육 사옥이 있다. 벌써 4년! 이 곳은 사측을 상대로 기나긴 투쟁을 진행해 오고 있는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농성장이다. 농성장 한켠의 써 붙여져 있는 숫자는 이미 1270여일을 가리키고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물리적 탄압, 재능 사측의 손배가압류 소송 등으로 인한 금전적인 탄압, 공권력과 언론을 통한 사회적인 탄압 등에 끊임없이 내몰려왔지만,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수년에 걸쳐 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재능교육 노조는 앞서 이야기한 노동의 세 부분 중 마지막, 틈새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학습지 노조에 속해 있다. 사실상 재능교육의 학습지 교사들은 법적으로 재능교육의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동안 사측은 이러한 약점을 이용하며, 별의별 수단을 동원해 학습지 교사들을 착취해 왔다. 심지어 ‘(-)월별정산’과 ‘자동충당제도’라는 것을 도입하였는데, 학습지 회원이 회비를 내지 않으면 그것을 교사의 임금에서 충당한다던가, 실적이 마이너스가 되면 그 수만큼 일정비율을 급여에서 충당해 가는 형식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심지어 어떤 학습지 교사는 월급을 560원밖에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나게 되었다.
“1월 31일자로 교실인계인수를 완료하고 2월10일자 해지한 교사입니다. 자의반 타의반 영업실적을 맞추기가 위해 그만둔 회원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러나 퇴회보류가 누적되다 보니 회비를 대신 내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 퇴사의지를 밝혔습니다.
11월30일 마감을 하면서 지구장에게 퇴회서류를 제출했으나 지구장 임의로 퇴회처리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12월 20일 수수료에서 미납회비 공제 면목으로 100여만원이 빠져나가고 560원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본사 고충상담팀에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화해 보았으나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 않았습니다. 퇴사하기 전에 노동조합에 이 사실을 알리면 교실인수인계시 더 큰 부당함이 발생될까 걱정스러워 퇴사 후 전화 드리는 겁니다. 같은 사무실에 있던 친한 교사도 그만두려고 하자 지구장이 100만원은 넣고 나가야 나갈 수 있다며 협박했다고 합니다.“
-교사피해사례 2011. 2. 15. 전화상담내용-
위와 같이 학습지 교사들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하고 있다. 더군다나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교사들이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교육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미 한국사회의 가장 뿌리 깊은 문제로 판단되는 교육문제는 교육이 하나의 시장성있는 돈벌이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에, 그 해결책의 실마리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데, 그것을 주도하는 이들이 바로 재능교육과 같은 교육 자본들인 것이다. 이러한 교육 자본들은 결국 돈을 목적으로 사람도, 교육도, 아이들의 미래도 도구화하고, 희생양 삼을 수밖에 없기에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재능노조의 투쟁은 이러한 교육 자본에 맞서 싸우는 참다운 노동권 회복을 위한 권리투쟁이기도 하면서, 정직하고 양심적인 교육의 가치 회복을 위한 이념 투쟁이 된다.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의 투쟁은 그 동안 다른 사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 4월 드디어 범국민대책위가 꾸려지게 되었다. 아울러 기됵교대책위도 꾸려졌는데, 지금은 매일 문화제, 매주 목요일 기도회, 매일 릴레이 1인시위 등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문의_ http://cafe.daum.net/jnvictory)
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화로 인해 노동의 ‘틈’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이 틈은 노동자에게 온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며, 노동을 하지만 결국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결국 많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형국이다. 이러한 때에 이 불의한 구조를 어떻게 바꿔낼 것인가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숙제이자 사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