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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바람은 세상을 깨우고

성령의 바람은 하나님 나라를 일으킨다

- 5.18 32주년 광주평화순례를 다녀와서-

 

                                                                                                                                                                      글: 이관택 전도사

 

지난 517-18. 5.18 광주민중항쟁 32주년을 맞이하여 12일간 광주평화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평화순례는 제 3회 감리교평화학교의 일환으로, 첫 번째 강연회(주제: 신학생도 우울합니까불이 우울하다람쥐/ 강사: 홍세화), 두 번째 5.18 32주기 추모기도회(강사: 이은재 목사)에 이어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연속 기획되었습니다. 추모기도회를 마친 17일 밤에 광주로 출발하여, 18일 오후에 서울로 돌아오는 짧은 일정. 왕복 10시간에 육박하는 이동거리만으로도 강행군이 예상되었지만 32년 전 광주의 슬픔과 희망을 직접 만나보고자 하는 열망은 우리의 발걸음을 한달음에 광주로 인도하였습니다. 이번 광주평화순례에는 감신대 총학생회와 고난함께 평화교회세우기 독서모임을 중심으로 총 12명이 함께 하였는데, 나이도 다르고, 경험도 다른 다양한 이들이 역사 앞에자기만의 자아를 내려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과정, 또한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되는 진실 앞에 겸허한 태도로 과거와 현재를 다듬어 가는 과정을 통해 그대로 진정한 평화의 순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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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에 앞서 우리는 5.18 32주기 추모기도회를 참석하며, 32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한 역사적 사건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당시 진압군으로 5.18을 경험하였던 이은재 목사님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당시의 광주라는 공간이 얼마나 끔찍했었는지 다시금 듣게 되며 몸서리를 치기도 하였지만, 그 곳에서 이루어졌던 시민자치공간이 얼마나 평화적이고,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습니다. 광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각 자가 상상했던 광주에 대해 고백하며, 우리가 광주에 가는 이유를 확인했던 시간들도 참 기억에 남습니다. 차창 밖에서 끝없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캄캄한 고속도로가 마치 암혹한 시대, 알 수 없는 역사를 관통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이따금씩 만나는 환한 가로등을 볼 때, ‘! 저것이 역사의 빛이로구나. 광주는 그 빛의 분수령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정을 넘기는 시간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광주 YWCA에서 운영하는 성빈여사라는 곳이었습니다. 전남대 병원 바로 앞에 자리한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전쟁고아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설립되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여러 사연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를 꾸려 지내고 있었습니다. 참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살림살이가 인상적이었는데, 하룻밤을 묵기에 과분할 정도로 너무나 편안한 숙소였습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잠들기 전에 우리는 다시 5.18 교양자료를 훑어보며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짧은 광주와의 만남을 그냥 스쳐 보낼 수 없다는 우리의 의지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튿날 아침일정은 고 박용준 열사기념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고 박용준 열사는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하여 들불처럼 싸우다가 산화했던 인물로써 이 곳 성빈여사 출신이셨습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우리는 매일 아침 진행된다는 직원기도회에도 참여하였는데, 성빈여사 정미혜원장님께서 뜻밖의 보물 같은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분은 전남대 80학번으로 신입생 때 아무것도 모르고 민중항쟁에 참여했다가 엄청난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었다면서, 그 당시 광주가 국가와 언론을 통해 철저하게 은폐되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억울한 비극이었는지 모른다며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어도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었고, 심지어 당시 서울 유학중이던 자신의 친오빠조차 그 사실들을 몇 년 동안이나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당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었는데, 서로 주먹밥과 김치를 만들어 나눠먹고, 그 혼란한 상황에서도 수천 명이 광장에 모여 매일같이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단 한 건의 절도나 강도가 없었을 만큼 당시의 광주는 굳건한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었던 하나의 공동체였다고 합니다. 그 중 참 신비한 일이 매일같이 수천 명이 모인 광장에서 엠프 시설 하나 제대로 없던 시절인데, 한명 한명의 발언이 어떻게 그리도 생생하게, 쩌렁쩌렁하게 들렸을까 반문하시면서 신앙인으로서 당시의 광주는 마치 천국과 같이 평화로웠고, 신비했다고 고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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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순례일정은 생각보다 너무 짧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채 반나절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동차로나마 전남대에서 광주시가지를 지나 망월동에 이르는 길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영상과 사진으로 보았던 당시의 흔적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사라져버렸건만, 군데군데 붙어있는 현수막들이 우리의 눈을 붙잡았습니다.

 

오월의 바람이여, 세상을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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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올 해 518의 주제였는데, 순간 차 안에서 느끼던 싱그러운 광주의 바람이, 나의 온몸을 휩싸안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당시 오월의 바람이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가는 바람이 미래의 이 땅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바다 위의 범선이 제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결국 바람이 이끄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는 것. 역사는 결국 바람 앞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총체적 절망으로 힘들어 하는 작금의 시대, 과연 무엇이 깨어있는 삶인지를 다시금 질문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망월동 민주화묘역에 도착하여 태어난 날은 각기 달라도, 이 땅을 떠난 날이 같은 그 수많은 묘비들을 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역사의 슬픔에 눈물짓다 가도, 그 순간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청년들이 기념탑 앞에서 참배하는 광경을 보면서, 또 다른 희망을 품게 되는 것. 5.18의 슬픔과 희망은 이리도 우리에게 또 다른 구원의 신비를 볼 수 있게 합니다. 결국 죽음 가운데서 부활을, 고난 가운데서 생명을 볼 수 있는 눈이 구원의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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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는 우리역사의 분수령이었습니다. 876월혁명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횃불의 시작점이며, 도도한듯 깨끗한듯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 가장 밑바닥에는 아직도 그 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못한 수많은 영혼들의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선명한 역사의 전거는 지금도 우리에게 기억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결국 기억하는 일이 즉, 깨어있는 일이 절망의 현실을 희망으로, 죽음을 구원으로 뒤바꿀 수 있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회력으로 성령강림절기입니다. 오월의 바람은 사람들에게 깨어있기를 요구합니다. 시원한 성령의 바람은 오늘도 우리와 동행하시면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십니다. 오늘의 하나님 나라는 결국 깨어있는 일, 기억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광주평화순례를 다녀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내 영혼까지 시원하게 해준 오월의 바람을 만난 일입니다. 참으로 시원했으며,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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