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의가 점령한다!
- 불의와 탐욕 그리고 거짓이 점령한 세상에 대한 외침! -
글: 이관택 전도사
2011년 가을, 세계 금융자본의 상징인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는 "Occupy Wallstreet!"라는 구호를 외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세계 1%의 부유한 자들이 99%의 대다수 사람들을 착취하는 지금과 같은 사회 구조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외치며, 불의한 금융자본의 폐해와 그 실상을 전 세계에 폭로하였다. 이 작은 외침은 금새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곧 전 세계의 주요도시에서 금융자본에 맞서는 “Occupy!”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되었다.
“Occupy!” 운동이 일어난 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에서도 다양한 단위에서 그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한 대학생 단체가 여의도의 한국거래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Occupy 여의도!”라는 이름으로 투쟁을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추운 엄동설한에 벌써 54일째 노상에서 꾸준히 천막투쟁을 하고 있는 이 청년들은 바로 ‘대학생사람연대’(이하 대사람)이다. 지난 1월 31일 오전 11시 나는 대사람의 대표인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장 고명우씨를 만나게 되었다. 총학생회장에 당선 된지 얼마 되지 않아, 학내에서도 등록금 협상, 신입생 오티, 새학기 준비 등으로 몹시 분주할 이 시점에, 굳이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 그 절절하고 뜨거운 사연을 듣는 것으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Q. 벌써 54일째 한국거래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작년 미국의 “Occupy!” 운동을 보면서, 한국의 현실은 더 심각한 것 같은데, 그다지 나서는 사람이 없더라. 특히 FTA 비준안도 날치기로 통과되고, 반값 등록금 등 합당한 대학생들의 요구도 전부 무시당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의 요구는 “Occupy!” 정신과 그 맥을 같이 하는데, 불안정하고, 불의한 금융자본으로 인해 대다수 사람들이 착취당하는 지금의 구조를 바꿔내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우선 ‘부를 향유하고 있는 1%’만을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현행법과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위하여, 현 금융경제의 구체적 폐해를 폭로하며, 더 집중적으로 알려내려고 한다. 또한 올해 총선과 대선국면과 연계하여,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더욱 실질적인 운동을 펼쳐나가려고 한다.
실상 부를 점유한 1%가 세금만 제대로 내도, 복지재원이 마련되고, 이는 빈곤문제, 고용문제, 불안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세금과 함께 법과 규제를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지금 한국은 전 세계의 금융허브를 자처하면서 온갖 규제를 전면 폐지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는 이 땅에서 바로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들이 득세하는 현실로 이어졌는데, 일례로 외국 투기자본들이 한국을 ‘현금인출기’라 비하할 정도로, 금융자본들에 대한 법과 규제가 거의 무장해제 수준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해도, 그 결과물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는, 또한 우리의 삶이 절대 나아지지 않는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낳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권력만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권력의 교체, 즉 ‘경제민주화’를 이뤄 내는 것이 99%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금융상품 거래규모는 1년에 3경 규모인데, 그 어마어마한 액수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법으로 기업과 은행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에 관해서는 계속 재원이 없다고만 하는 현실에서, 낭만적으로 정치권력만 바뀐다고 99% 삶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가 여기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 세계 금융거래량에서 실물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 밖에 안 된다. 나머지 98%의 돈은 그저 컴퓨터 안에서만 숫자로서만 존재한다. 결국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1%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곳이 바로 여기 한국거래소이기 때문이다.
Q. 농성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A.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작년 12월 14일부터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는데 벌써 54일이 지났다. 그 동안 담당 공무원들에게 4차례나 천막을 철거당하고, 빼앗겼으며, 심지어 길바닥에서 그냥 노숙을 한 적도 있다. 가장 힘겨웠던 것은 역시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였는데,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이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서, 자고 일어나니 눈으로 덮여 있었던 적도 있었다. 또한 주변에서 우리를 거부하기 때문에 전기, 화장실 사용 문제 등 일상적인 부분들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번은 자기가 모 정당 비서관이라고 사기를 치는 사람도 나타나서, 우리를 매우 곤란하게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힘들 때 마다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셨다. 어떤 분은 한밤중에 찾아오셔서 현금 50만원이 든 봉투를 주고 가셨고, 새벽 3시에 갑자기 감자탕이 배달되어 온 적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우리를 응원하시는 분들이 직접 닭백숙을 해 주셨다. 평상시보다 더 잘먹을 때도 있다.(웃음) 최근 MBC 노조가 총파업중인데, 그 분들께서 신기하게 생긴 3분 즉석카레도 지원해 주셨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지금 진행하는 ‘Occupy! 여의도’는 대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대 일본어대 학생회, 성균관대 유학대 학생회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도 더 많은 학생단위들과 연대하여, 투쟁을 더욱 폭넓고 영향력있게 진행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질 텐데, 3월부터는 장소를 이 곳 여의도가 아니라 시청으로 옮겨서, “대학생 힐링캠프, 정치꾼 킬링캠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99% 모두를 위해, 20대를 위해, 우리 대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그러한 정책을 책임지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내는 경험은 진정으로 필요하다. 또한 현실적 전략에 전력투구하다가 놓치기 쉬운 가치의 문제들도 계속해서 추구해 나갈 것이다.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타파! 등록금 문제, 무상교육과 기본소득 등 그 근본정신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현재 우리는 너무나 불의한 것들에게 이 세상을 넘겨준 채로 살아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것을 되찾겠다는 이들의 포부가 참 가슴 뛰게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과연 하나님께서 주신 공의와 정의 그리고 평화의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을 점령하고 있는지 다시금 내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용기와 지혜로 무장된 삶의 신앙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도록 이 땅의 틈을 메워나가야 하는 그 준엄한 사명이 바로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