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생명의 강지키기 기독교행동에서는 경기도 여주 남한강 유역으로 생명의 강걷기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그 단체 사무국장 일을 맡아 보고 있기에 따라나섰습니다.
모처럼 아내와 두 아들도 함께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한 30여 명이 함께 하였는데 여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구간을 걸었습니다.
강을 따라 오솔길을 걷고 강이 만들어 낸 모래사장과 갈대밭, 자갈밭을 고루 걸어보았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할 때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단양 쑥부쟁이라는 식물을 보았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는 잘도 피어나는 꽃이지만 다른 개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진귀한 풀인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꺾는 장면이 발각되면 벌금을 2,000만 원 정도 문다고 하니 대단히 희귀한 식물입니다.
이 단양 쑥부쟁이가 바로 여주 지역 남한강에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안내 하신 환경활동가는 이 풀이 민중과 같은 풀이라고 소개합니다.
생명력 질기지만 경쟁에서는 쉽게 생존하지 못하는 말 그대로 민초 말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하고 보를 세 개(여주지역은 세 개의 보를 건설합니다) 쌓게 되면 이 쑥부쟁이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요? 하긴 쑥부쟁이 따위의 풀이 뭐 대수냐, 사람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지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쑥부쟁이 따위일지... 척박한 땅에서도 피어나는 쑥부쟁이 조차 피어나지 못하는 환경상황이 과연 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오전에 여주 신륵사에 집결했는데 거기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여자 사장님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되어야 여주가 살아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을 하면 여주가 자랑하는 '금모래은모래'(여주 남한강변에 있는 아름다운 모래사장으로 유원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도 다없어질 것이라고 했더니만 그럴 리가 없다고 큰소리를 치시더군요.
참 깝깝했습니다.

아이들이 저쪽에 있다가 '개미지옥이다' 하는 소리를 듣고는 '와~'하면서 달려옵니다.
개미지옥은 모래를 움푹하게 파놓고 개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빠져서 헤어나가지 못하면 모래 속으로 끌어들여 잡아먹는 곤충인데 곤충도감에서 볼 때는 꽤 커보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딱정벌레보다도 작았습니다.
4대강사업은 우리 같이 덩치 큰 생명은 물론 이 작은 개미지옥에게조차 그 몸 붙일 곳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탐방을 마치고 마지막에 간 곳이 고속도로 옆의 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보기에는 멀쩡해보였지만 실제로는 아주 위험하여 덤프트럭 같은 차는 다니지 못하게 한답니다.
왜나햐면 강바닥에서 모래 자갈 등의 골재를 하도 채취해서 지반이 침하되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강물에 뭍혀 있어야 하는 교각기초가 대부분 물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다리 하나를 만드는데 1천억 원이 든다는데 결국 이 다리를 쓰지도 못하고 버려두는 꼴이 된 것입니다.
모래채취가 그 정도인데 수심 6미터로 준설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할 뻔자입니다.

아름다운 강변을 걸으면서 모두들 기뻐하였지만 마음 한 켠은 무거웠습니다.
이 아름다운 강변을 우리의 아이들이 누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22조 2천억 원으로 초기 예상된 4대강 사업이 이미 3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뉴스에서 보도하더군요.
그런데 만약 사업을 후회하고 복원할 경우에는 보통 열 배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면 나중에 우리의 아이들은 300조 원의 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것입니다.
태어나기만 해도 엄청난 빚쟁이가 되는 꼴입니다.

우리는 물론 우리의 자손들까지도 불행해지는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데 왜 세금을 털어서 건설사주 주머니에 넣어주지 못해서 안달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환경평가나 적합성판단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해도 말릴 판인데 이건 너무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더 큰 걱정은 우리 국민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돈이면 다 된다,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천박한 자본주의의 노예로 만드는 것 말입니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해주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