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인데 벌서 찬바람이 나기 시작한다. 이상기온 탓인지 영하로 떨어지는 추위도 벌서 경험했다. 강원도에는 때이른 함박눈이 내렸다고 한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렸다.
겨울이 다가오면 유난히 추운 이들이 바로 살림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여기엔 시골 작은교회에서 목회하는 이들도 포함될 것이다. 시골교회에서 목회하는 후배들은 난방유 값이 치솟자 벌서부터 연탄보일러로 바꿔놓았지만 올해 11월부터 연탄 값이 올라서 울상이다. 이런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하고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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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님께 전화를 받았다. 화정교회에서는 농촌의 작은 교회들에 난로를 놓아주는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에 놓아줄 적당한 교회를 찾는데 혹시 추천할 만한 교회가 있느냐고 물으신다. 조건은 성실하게 나무를 잘 해서 때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충주의 사랑방교회 유명선 목사를 추천하였는데 어제(11월 5일)에 난로를 설치하기 위해 사랑방교회로 찾아갔다.
화정교회 승합차에는 박인환 목사님 내외와 권사님 한 분이 오셨다. 물론 멋진 난로와 부속물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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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는 100만원을 웃도는 비싼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공장에서 직접 구입하셔서 조금 저렴하게 산다고 하신다). 그러니 놀리지 않고 나무를 해 댈 열심이 있어야겠다. 연통이 빠져나갈 창문에 댈 철판을 우선 재단한다. 마침 옆집에서 교회마당에 끌어다 놓은 망가진 경운기가 좋은 작업대가 되었다. 애물단지가 졸지에 귀한 작업대가 되었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인가? 옆에서 사모님도 입으로 일을 거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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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를 떠받치게 될 대리석판도 잘 씻어 준비했다. 이제 난로가 그 귀하신 위용을 드러낸다. 포장된 비닐을 떼어내자 모두들 ‘아!’하고 탄성을 지른다. 작지만 품위 있고 예쁘다. 그러나 좋은 것이라 그런지 무게가 만만치 않다. 예배당 적당한 곳에 자리 잡기를 몇 번, 제 자리를 찾은 후 연통을 달았다. 사다리가 적당한 게 없어서 애를 좀 먹었지만 뾰족한 삿갓을 쓴 연통이 예뻤다. 철사로 연통을 잘 묶은 후에 이제 난로가 제대로 되는지 시험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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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선 전도사가 농사지은 고구마 몇 개가 들어온다. 시험 삼아 붙인 불이 이글이글 멋들어지게 타는 난로에 고구마가 들어간다(고구마를 구울 수 있는 작은 서랍도 있다). 고구마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박인환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어려서부터 군불을 때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도 하지만 요즘은 기름 한 방울도 안 나는 나라에서 기름보일러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버려진 나무도 많고 목재는 거의 태워서 없애버리는 골칫덩이가 됐는데 그걸 잘 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런 지원사업을 하게 됐다. 잘 사용하면 적잖게 비용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잘 사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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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력이 좋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불길이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금방 방안에 온기가 퍼진다. 군고구마 한 쪽씩 맛을 보신 후 화정교회 식구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안산까지는 갈 길이 쉽지 않다. 박 목사님 일행을 배웅하자마자 유명선 목사가 이렇게 말한다. “오늘 수지맞았네요.” 좋은 선물을 받아서 마음이 흡족한가보다. 하긴 시골에서 난방비가 쉽지 않았을테니 수지맞은게 분명해 보인다.
박인환 목사님과 화정교회 식구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고도 신선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월동비라고 얼마 더 챙겨 주는 교회가 있을까, 그런데 직접 담임목사가 교인을 데리고 와서 난로를 설치해주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 그러니 더욱 고맙고 감사한 것이다. 한번 와서 들여다보니 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기도의 끈이 묶이는 것이다. 내년에도 또 한 대의 난로가 새로운 곳에 설치될 것이다. 그 난로들이 이 세상을 포근하게 해 줄 것이다. 난로를 받은 교회도, 난로를 놓아준 교회도,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본 이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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