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전에 봄은 이미 곁에 와 있었습니다. 겨우내 그리워하던 봄은 냄새와 소리, 촉감으로 옵니다. 그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을 느끼고 새로운 바람이 가슴에서 솟아납니다. ‘봄’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나, 단어, ‘봄’이라고 발음하면 느끼는 것들이 가슴 설레게 합니다. 가슴에 품은 만큼 찾아온 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지난 한두 해 동안 마주한 봄은 특별했습니다. 봄마다 새로운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연하게 이사를 했고, 결혼도 했고, 아이의 탄생도 봄이었습니다. 봄은 잊지 못할 기억과 역사를 만들어 준 셈입니다. 특히 갓 돌 된 아이를 들여다보며 아이 얼굴에서 봄을 읽습니다. 사는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힘껏 솟아나는 봄 같은 마음도 일으킵니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과 세상을 물려줘야한 다는 생각이 많은 나날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은 일회용품 사용에 관한 일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일회용 기저귀와 물티슈가 그렇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소비됩니다. 일회용품을 쓸 때마다 고민에 빠집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한창 호기심이 많은, 활발한 아이를 돌보기만도 벅차 천 기저귀나 수건을 세탁해서 쓰는 것이 사실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쌓여가는 일회용기저귀를 보면서 결혼 뒤에 우리가 다짐한 환경보호를 위한 다짐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아기용품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아기용품들이 일회용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형마트나 할인마트 전면에 진열되어 있거나 행사상품, 또는 사은품으로 주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한 번은 쓰게 되는데, 맘에 들면 그 뒤에도 계속해서 사게 됩니다. 장을 보러갈 때 되도록 일회용품을 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찾지 못할 때가 많아 결국 다시 일회용품을 찾습니다. 가령 아이는 이가 나기 전에도 양치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구강기인 아이는 모든 것을 입으로 집어넣기 때문에 양치를 해 주지 않으면, 잇몸이 상하거나 나중에 충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티슈와 비슷한 구강티슈를 쓰는데, 이것 또한 일회용품으로만 나와 있습니다.
일회용품과 싸움은 계속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책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되도록 손수건을 사용하고, 분유통을 화분으로 활용해 보기도 합니다. 되살림 초록가게를 통해 아기 옷과 장난감을 사기도 합니다. 먹거리 재료를 고민하며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노력합니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을 쓰는지 생각하면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일회용 일상을 돌아보게 됩니다. 일회용품을 쓰는 만큼 다른 생명들이 받고 있는 피해를 생각합니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쓰는 일회용품과 쓰레기 양 만큼 지구별을 앓아눕게 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상상을 뒤엎을 만큼 아이가 사랑스럽고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큽니다. 그래서 더더욱 고민합니다. 과연 어떤 것이 좋은 육아방법인지를 말입니다.
해마다 봄이 짧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봄꽃도 한 달 빨리 피고 집니다. 지구별 기후는 점점 요동치고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봄 길을 걸으면서 봄은 선물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봄은 참 좋습니다. 우리 가족을 밖으로 불러내 걷게 만들고 햇살과 바람을 느끼며 입으로 ‘봄’이라고 발음하게 합니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저에게는 또 하나의 봄입니다. 아이가 커가며 맞을 봄이 더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이 지구별 모든 생명들과 어울러 함께 건강한 봄을 누리고 느끼기 위해 오늘도 봄 길을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