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마치(1)
24 예수께서 또 다른 비유를 들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다가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과 같다. 25 사람들이 잠자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뿌리고 갔다. 26 밀이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도 보였다. 27 그래서 주인의 종들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주인 어른, 어른께서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에서 생겼습니까?' 28 주인이 종들에게 말하기를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였다. 종들이 주인에게 말하기를 '그러면 우리가 가서, 그것들을 뽑아 버릴까요?' 하였다. 29 그러나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가라지를 뽑다가, 가라지와 함께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30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추수할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먼저 가라지를 뽑아 단으로 묶어서 불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라고 하겠다.'"
사람이 붐비는 시내를 거닐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붉은색으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는 글귀가 무섭게 적혀있는 커다란 십자가. 그것을 지고 가면서 사람들을 향해 소리 소리를 지르는 전도자(?)의 모습을 볼 때,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립니다. 모든 사자성어가 그렇듯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짧은 문구에도 수많은 신학적 난제와 배경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을 것인데, 그것을 저리 짧고 단호하게 표현하는 ‘단무지’식의 행동이 한편으로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모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길거리 전도자를 힐난하는 우리 스스로는 정작 천국에 대한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을까요? 천국은 과연 어떤 곳일까요? 근본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질문임에 분명합니다. 이번 한 주 동안은 예수께서 비유로 가르쳐 주신 ‘천국’에 대하여 함께 묵상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천국의 열쇠를 보듬고,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약간 동문서답같을 수도 있고, 고개가 갸웃거릴 수 있지만 예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고 있는 천국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천국(하늘나라)을 사람이라고 칭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냐면 자기 밭에다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천국이 꼭 공간적인 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천국은 자기 밭에다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 즉 노동하는 사람입니다.('천국씨'라고 부르고 싶네요.) 본문 이전에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그 비유풀이가 이미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옥토에 뿌려진 씨의 연장선상에서 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서서는 옥토(좋은 땅)에 씨를 뿌려야 한다고 얘기하고, 지금 본문에서는 좋은 씨를 뿌려야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천국씨는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수들이 숨겨 놓은 가라지가 섞여들어 올 수도 있지만 ‘천국씨’는 그것에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습니다. 그러면 추수 때에 알곡과 가라지를 나누는 심판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사 가라지가 섞여들어 온다고 해도 천국씨의 일이 침해되거나 왜곡되거나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천국씨는 여전히 원래의 계획대로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해보게 됩니다. ‘천국씨'의 노동에 우리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요? 천국잔치에 참여한다는 말은 천국씨의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알곡을 저장하는 곳간이 천국인줄 알지만 성서는 분명히 말씀하고 있지요.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리는 천국잔치에 당신도 참여하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