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마치(3)
44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 놓은 보물과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발견하면, 제자리에 숨겨 두고, 기뻐하며 집에 돌아가서는,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산다." 45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구하는 상인과 같다. 46 그가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면,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
주석에서는 앞서 소개한 ‘누룩과 겨자씨’ 비유를 쌍둥이 비유라고 부릅니다. 이는 주제와 소재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소개하는 ‘밭에 숨겨 놓은 보물’과 ‘진주를 구하는 상인’ 이 두 개의 비유 역시 쌍둥이 비유에 해당합니다. 두 개의 비유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
1) 천국이라는 보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두 사람은 그들의 모든 소유를 판다.
2) 두 사람 모두에게 천국은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다.
3) 보화나 진주 모두가 쉽게 눈에 띄는 곳에 있지 않았다.
4) 두 사람 모두 합법적인 방법으로 보물을 손에 넣는다.
차이점
1) 첫 번째 사람은 감추어진 보화를 우연히 발견하지만, 상인은 좋은 진주를 의도적으로 찾아다니다가 발견한다.
2) 첫 번째 사람은 보화를 발견한 후 크게 기뻐했다고 하는 반면에, 상인의 기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3)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그 보화를 손에 넣는 과정에는 합법성의 문제는 없지만 윤리적으로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있는데, 상인의 경우에는 그런 여지가 전혀 없다.
건조하게 나열한 듯 보이는 공통점과 차이점이지만 명시된 요소들을 잘 살펴보면 천국의 상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됩니다. 천국은 아주 우연히 발견 할 수도 있고, 또 매우 의도적으로 찾아 나서서 발견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까이에 있더라도 우리의 눈으로 천국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가진 모든 것(심지어 가족과 생업까지)과 바꿔야 할 만큼 귀한 것이기에 당연한 기회비용이 생기고, 이에 우리로 하여금 헌신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과연 천국이 어떤 곳이기에 우리가 그토록 최선을 다해 발견해야 하고, 헌신해야 하는 것일까요?
오늘의 비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께서는 천국을 두 사람에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밭에 보화를 숨겨놓은 사람과 진주를 구하는 상인입니다. 당시에 밭은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자들은 자신의 밭 한 쪽 구석에 재산의 일부를 숨겨놓고 후에 상속하는 현상은 일반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천국은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고자, 남들 모르게 자신의 밭에 재산을 숨겨놓는 그 부자로부터 시작됩니다. 결국 오늘의 쌍둥이 본문은 재산을 숨기고 있는 부자 그리고 진주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 최상의 상품을 구하고, 온갖 흥정을 일삼는 장사치에 천국을 비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앞선 비유들에서 농사를 짓는 노동자, 또 부엌에서 일하는 여성 등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천국을 비유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심지어 밭에 숨겨진 보화를 찾은 사람은 그 밭의 주인을 속이며 보화를 갈취하는 비윤리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씀하신 예수께서 천국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부자와 상인에 비유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비유 역시 당시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천국의 존재를 드러내는 점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 또 안전하게 상속하려는 그 모습 속에서도, 또 물건을 흥정하고 이익을 남기려는 그 상황 속에서도, 천국은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삶의 사이 사이에 이토록 속속들이 존재하고 있는 천국을 왜 우리는 발견하지 못할까요?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마11:15) 오늘의 비유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만 천국퍼즐의 한 조각을 손에 들고 어디에 끼어 맞추면 좋을까. 때론 고민하고, 때론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진정한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는 우리의 신앙이 예수의 비유로 인해 더욱 풍성해지시길 소망합니다.
오늘의 기도
내 삶 속에 숨겨진 천국을 찾게 하소서. 그 천국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믿음과 그것을 발견하는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