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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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실패를 딛고 오전에 다시 달마산에 도전하였다. 짐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배낭에 물과 책 한 권만 넣고 산을 오른다. 오르다보니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겨우 물 한 병이라니... 달마산이 보기에도 그렇지만 실제로 올라보니 쉬운 산은 아니다. 게다가 평소에 등산을 전혀 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야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왜 사람들은 이 쌩고생을 사서 하고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하는 질문이다. 그렇게 낑낑대며 1.4 킬로미터를 한 시간여를 올랐나보다. 드디어 달마봉이다. 그런데 땀에 범벅이 된 온몸은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내 품에 해남 땅끝 앞 바다가 안긴다. 이 맛에들 산에 오르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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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오른 김에 좀 더 가볼까 생각하다가 물도, 주전부리꺼리도 갖고 오지 않아 이내 단념한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좋아서 그냥 내려가기도 싫어 앉아 책을 펴든다. 바람을 맞으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보는 마음은 말 그대로 천국이다. 점심 먹으러 내려오라는 장균 목사의 보채는 목소리가 전화에서 들리자 그제서야 주섬주섬 챙겨 산을 내려온다. 역시 내려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산이다. 그렇지만 꼭 다시 올라와보고 싶을 정도로 바람의 맛이 기가 막혔다. 장균 목사가 산중턱까지 마중을 나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산을 내려왔다. 역시 힘든 길은 동무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봄길교회로 내려와 시원한 냉국수 한 그릇을 먹으니 또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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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교회 장균 목사는 2004년부터 해남 땅끝으로 내려와 목회를 시작하였다. 원래 교회이름이 서정교회인가 그랬었는데 장 목사가 봄길교회라고 명칭을 변경하였다. 예배당 앞에는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가 걸려있다. 아마도 봄길과 같이 사람들을 포근하게 하는 교회, 목사, 목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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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교회의 특징은 첫 눈에 발견할 수 있다. 예배당이 독특하다. 흙집으로 지은 예배당이다. 안에 들어가보면 더 깜짝 놀란다. 그 예배당은 장 목사 내외의 땀방울이 맺힌 예배당이다. 스트로벨 공법(맞는지 잘 모르겠다)으로 직접 지은 예배당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봄길교회만의 독특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오병이어를 상징한 성찬대, 열린 무덤을 상징하는 강단 정면의 동굴형상 등등. 흙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예배당에 찾아와 둘러보고 간다. 이렇게 들리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무튼 예배당이 한적한 시골마을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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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균 목사의 지난 5년 동안의 목회는 한 마디로 집짓는 목회였다. 흙집 짓기 동호회원들과 함께 예배당을 직접 짓고 또 동호회원들이 집을 지을 때면 달려가서 함께 힘을 보탰다. 그리고 봄길교회 예배당도 조금씩 보충하고 채워나가면서 완성해나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하면서 종탑도 세우고, 원래 있던 건물 철거도 마치고, 또 마당에 자갈까지 갖다 까니 이제 다 이루었다.
장 목사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의 목회는 집짓는 목회였는데 집짓기가 따 끝났으니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지역에서 교인이 한둘씩 늘더니 이제는 스무 명 남짓 되는데 그중 80%가 새로운 신자, 교회에 난생 처음 와 본 이들이다. 이제부터는 집짓는 목회가 아니라 사람 세우는 목회를 해야 할 차례이니 겁도 나고 걱정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회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 어차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장 목사도 새로운 신자들도 모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다. 성도들을 추슬러 신앙적 성숙을 이루고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도 찾아야 할 것이다.
교회 바로 옆에는 작은 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 역할을 하게 되어 지역 어린이 30명 가량에 해남 읍에서 일부러 온 어린이가 50명 정도 된다고 한다. 해남읍의 학부모가 힘을 모아 이 학교를 대안적 교육기관으로 세운 것이다. 내가 방문한 날도 학교행사가 있었는데 바자회를 통해 스쿨버스를 마련하여 기념하는 행사였다. 아직은 이 학교를 위해 일을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계획이 막연하게나마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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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목사 내외는 무리하여 어떤 일을 추진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끼는 기쁨이 없는데 일을 중심으로 따라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으로 봐도 그것은 건전한 생각이다. 목히는 스스로의 기쁨에서 나오는 것이다. 장 목사는 시골 출신이라 시골에서의 생활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은 불안하지만은 않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 내용을 일일이 기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교회가운 교회, 참다운 복음을 지키는  교회로 남기를 원한다. 또한 그의 목회가 참다운 목회가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서울이나 도시로 나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아쉬운 것도 없다. 그리고 당당하다. 건전한 생각을 바탕으로 눈치 볼 것 없이 당당하게 목회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미래일 것이다. 평생을 함께할 동지를 하나 더 만난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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