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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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남해고현교회에서 잘 쉬었다. 거의 처음이라고 할 만한 바다낚시는 꽤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일정이 조금 빡빡해졌다. 꼭 참석해야 할 미자립교회(누군가가 서지 못했다는뜻의 미자립이라는 말보다는 저예산이라는 말을 제안했는데 그게 정확한 것 같다) 세미나가 생겼다. 마음이 바쁘다.

생각 같아서는 부산에 들러 좋은나무교회를 들러 박철 목사님과 빈민목회를 하는 애빈교회 김홍술 목사님을 뵙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노선을 변경해야 했다. 남해에서 포항으로 가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에 가는 노선을 잡았다. 오전 11시가 조금 넘어 남해에서 출발했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도저히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에 가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제천에 가는 것이 좋겠다. 제천에 가면 예사랑교회를 담임하는 변영권 목사가 있다. 방향을 바꿔 제천 방면으로 열심히 달렸다.
가는 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1002번 국도의 일부분을 놀라운 마음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한국에서 람사르 총회가 열리게 된 계기를 마련한 창녕의 우포늪도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보았다. 또 국도가 갑자기 자동차전용도로로 변해 눈물을 머금고 죽령고개를 깜깜한 밤에 넘어갔다. 제천 변영권 목사 집에 도착하니 10시도 넘었다. 10시간도 넘게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더니 클러치를 잡는 손목에 힘이 없고 아프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변 목사는 반가이 맞아준다. 학창시절에 20년 된 일제 클래식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택배 아르바이트도 했던 변 목사다. 이제는 제천에서 열심히 목회만 하는 목사로써 내 오토바이를 보니 옛 생각이 나나보다.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나더러 옆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가고 오토바이는 놓고 가란다. 하긴 가는 곳마다 선배들이 그런 감회를 느꼈던 듯하다. 일명 88 오토바이(요즘식으로 말하면 씨티100?)를 타고 지역목회를 하던 경력들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당당뉴스 이필완 목사님은 남쪽에서 전설로 남아있다. 88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일주를 하신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내가 출발할 때도 이필완 목사님은 옛날 생각이 나신다고 했다. 한겨울에(한겨울에 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셨을까?) 남원인가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일주를 나섰다가 미시령에서 오토바이가 퍼져 그걸 인력으로 끌고 인제까지 가서 결국 쓰려졌다고 하신다. 지금 궁정교회를 담임하시는 권종호 목사님이 이필완 목사님의 동기이신데 당시 인제에서 목회하시던 권 목사님 댁에 가서 쓰려져 3일 동안 끙끙 앓았다고 내게 애기해 주시기도 했다. 나도 나이지만 이필완 목사님도 아무튼 대단하시다. 그리고 못 말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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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목사는 함께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입담이 대단했다. 또 낙천적이고 취향이 독특했다고나 할까? 지금은 열대어 기르기에 재미를 붙여서 애찬실, 사무실, 사택에 각각 하나씩 어항을 놓고 관리하고 있다. 아무튼 특이한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 목회에 열심이다. 내가 우리교회 예배당을 건축하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그도 예배당을 건축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규모로 지어서 더욱 친근하다. 예배당 건축 시에 빌렸던 은행 대출금 연장이 어렵게 되자 안타까워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나에게 주기도 했다.
변 목사가 제천에서 예사랑교회 목회한지도 벌써 7년이나 되었다. 슬슬 지루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7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요즘은 병원선교, 십대선교, 군선교, 저예산교회 선교 등을 하느라고 바쁘다고 한다. 지역 중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선교하는 십대선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함께 하게 되었는데 재미있다고 한다. 주 1회인가, 월 1회인가, 생각이 잘 안 나는데 학생들이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어 저녁식사시간을 쪼개 30분 간 예배를 드리는데 학생들도 많이 참여한단다. 또 지역의 저예산교회 네 교회가 함께 기도하면서 노방전도도 하고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에게 어떻게 신앙교육을 할까 고민하다가 들꽃향린교회 김경호 목사의 책을 보고 함께 나누는데 반응이 좋단다. 요즘 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너무 재미있어한단다. 기존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변 목사의 중도적인 목회에 동감하여 열심히 출석한다고 하니 미래적 신학의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새신자와 기존신자들 사이에서 목회방향과 내용에 대해서 고심이 깊은 듯하다. 목회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열두 시가 넘어간다. 그렇게 예정보다 앞당겨진 제천에서의 하룻밤은 깊어간다.

제천 예사랑교회 변영권 목사 집을 나와 영월로 향한다. 영월에는 삼옥교회 이현우 목사가 목회를 하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참 독서량이 많고 또 명예욕도 많은(?) 후배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목사가 됐다. 일전에 당당뉴스에 실린 풍을 맞아 쓰러진 할머니 권사님 이야기를 썼던 후배이다. 그 할머니 권사님은 지금 광양에 있는 자녀들에게로 가셔서 많이 좋아지셨는데 다시 오시겠다고 하셨단다. 교회로 가보니 2년 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교회 뒤쪽으로 길이 나고 자동차가 교회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앉아서 하던 설교도 강대상을 갖다 놓고 서서 한다. 지붕도 비가 새서 평신도 단체의 도움으로 수리를 새로 싹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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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적인 것보다도 이현우 목사의 내면이 참 넉넉해졌다는 느낌이다. 초조하고 답답해하던 모습도 별로 없다. 그동안 영성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그 공덕인가보다. 이 목사 내외는 함께 영성프로그램과 세미나에 다니면서 부부가 함께 미래의 목회를 구상하고 있다. 목회에 관해 부부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리고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보다 좀 길게 보면서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사모는 사이버대학에 등록하여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미용사 자격증도 준비한다고 한다. 이 목사는 ‘풀꽃예수회’라는 작은 영성운동모임을 만들어 매년 한 번씩 꾸준하게 수련회를 연다. 평신도 10-20여명이 모이는 이 수련회를 통해 참된 예수를 찾는 길을 함께 모색한다고 한다. 모임을 좀 더 자주 개최하자는 내적인 요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제 이 목사는 수도원 형태의 목회를 조금씩 구상하는 것 같다. 자주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진득한 끈기를 본다. 그러니 지금의 상황이 그에게 좌절이나 절망을 줄 여지는 없다. 그러나 그는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 모습이 신학적인 용어 ‘이미’와 ‘아직’의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당장 무엇인가 성과를 내는 프로그램에 익숙한 도시교회의 나에게는 매우 도전적인 질문이다. 이미 5년을 머문 삼옥교회도 당장 떠난다, 만다 하는 질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분에게 맡긴다. 삼옥교회의 정식 교인은 광양에 요양가신 할머니 한 분이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지역에서 펜션을 하시는 가정도 종종 오신다고 한다. 이렇게 저렇게 지나가다 들려 예배를 함께하는 분들도 많단다.
교회 위쪽에 대규모 온천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이 지역이 머잖아 무슨 위락단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러면 삼옥교회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수도원 영성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젊은 영성운동가의 미래에도 고민의 그늘이 드리워질 것 같다. 어쩌면 그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교회를 위해서 새로운 기회이자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후배 목회자에게 식사도 거하게 얻어 먹고 억지로 꼽아주는 음료수 값까지 마지못하는 척 받아온 내 자신이 여러 모로 미안하고 부끄럽다. 후배에게도 귀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관계가 좋은 관계로 지속되기를 바라며 젊은 영성운동가의 깊은 깨달음을 빌고 강릉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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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이나마 떨어지는 빗방울이 얼굴을 때리는 힘은 강하다. 대관령을 넘어가는 오토바이 위의 몸뚱아리는 추위에 격정적인 떨림으로 반응한다. 빨리 찜질방의 뜨거운 물에 몸과 마음을 푹 담그고 싶다. 이제 조금씩 피곤해지고 아내와 가족, 교회 식구들의 얼굴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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