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5일 주현절 후 제5주 좋은만남교회 낮 예배 설교
하나님 나라의 비밀
이관택
본문: 마가복음 4:10-20
10 예수께서 혼자 계실 때에, 예수의 주위에 둘러 있는 사람들이, 열두 제자와 함께, 그 비유들이 무슨 뜻인지를 예수께 물었다. 1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 그러나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들린다. 12 그것은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셔서, 그들이 돌아와서 용서를 받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13 그리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모든 비유를 이해하겠느냐? 14 씨를 뿌리는 사람은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15 길가에 뿌려지는 것들이란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말씀이 뿌려질 때에 그들이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곧바로 사탄이 와서, 그들에게 뿌려진 그 말씀을 빼앗아 간다. 16 돌짝밭에 뿌려지는 것들이란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17 그들 속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하고, 그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진다. 18 가시덤불 속에 뿌려지는 것들이란 달리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그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19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그 밖에 다른 일의 욕심이 들어와 말씀을 막아서 열매를 맺지 못한다. 20 좋은 땅에 뿌려지는 것들이란 이런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서,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
오늘 예배를 마지막으로 1년간 한국을 떠나는 최대한 청년이 얼마 전에 제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참고로 최대한 청년은 제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연애에 도가 튼 사람인데요. 그만큼 사람 마음을 잘 사로잡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한 청년이 묻지도 않았는데, 제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그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는 말이었습니다. 자신감 있을 만한 사람이 자신감 있게 행동하면 그 자체로 멋있고, 하지만 근자감이라고 하죠. 별로 잘나보이지도 않는데,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은 또 그 나름대로 신비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하더라도,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 부분에서 잘난척과 자신감의 차이가 뭘까? 이건 애정남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구요. 하여간 내가 나의 삶 속에서 과연 자신감 있게 살고 있는가? 자기 자신에게 한번 질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언제가 무르팍 도사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날의 초대 손님은 국민 할머니라고 불리는 부활의 김태원씨였습니다. 평소에도 그의 언행이나, 행동에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MC가 김태원씨에게 묻더군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그러자 김태원씨가 대답하였습니다. “세상에 돈이 많은 사람도 좋습니다. 또 외모가 멋있게 늙어가는 사람도 좋습니다. 하지만 종종 진짜 매력적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나보게 되는데, 그것은 뭔가 그 사람만의 비밀이 있는 사람입니다. 겉보기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고, 그저 그런 사람 같은데, 뭔가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마치 그만이 알고 있는 신비한 비밀 같은 것을 간직한듯한 그런 눈빛을 풍기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진짜 인 것 같아요!
저는 그 장면에서 손뼉을 딱 쳤습니다.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풍기는 느낌!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그 포스! 저는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이 그런 느낌을 풍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아닙니까? 다른 누가 가난한다고, 못생겼다고, 못 배웠냐고 손가락질해도, 우리는 이 세상을 누가 이끌어 가시는지 그 비밀을 아는 사람들 아닙니까? 세상이 어떻게 구원되는지 그 구원의 원리를 아는 사람들 아닙니까? 좀 더 뭔가 안다는 자신감 가득한 눈빛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옆 사람에게 인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밀을 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비유로 전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
마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양한 비유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부터 겨자씨의 비유, 스스로 자라는 씨의 비유 등등 다양한 비유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십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예수님께서는 비유의 천재이십니다. 마치 시인이나 동화작가처럼 아주 쉬운 언어로 당시의 무식하고, 천대받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늘의 비밀을 풀어주시니 얼마나 대단합니까? 글도 모르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하늘나라를 그려보고,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정합니다. 또 당시 로마제국의 미움을 받는 예수님을 따라 자신도 역적이 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도 합니다.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죠, 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오늘 읽은 11절에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
생각해보십시오. 삶의 이유나 목적이 중요하지 않고, 그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뻤던 그런 사람들이 예수님에게 이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어!” 맨날 노예나 다름 없는 생활, 나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는 그들에게, 너희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야! 너희가 하나님 나라의 열쇠야 라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당시에는 율법학자나 바리새인 정도 되어야 하나님 믿는가보다 했지요. 그 나머지는 다 죄인입니다. 종교권력을 가지고 있는 소수 몇 사람이 죄인이라하면 죄인이고,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하는 그런 시대였습니다. 감히 내가 뭐 할 수 있간디? 하면서 삶을 포기하고 그냥저냥 살았던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너희가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겠지요. 점점 기운이 살아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 눈빛들이, 그 기운들이 바로 예수 운동의 원동력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쉽게 쉽게 말씀을 풀어주시는데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 있다는 것입니다. 11절에 “그러나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들린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바깥사람들, 즉 말씀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라는 것입니다. 12절을 보면 그것은 '그들이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셔서, 그들이 돌아와서 용서를 받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다."라고도 말씀하십니다. 참 억울할 것 같습니다. 보고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한다니 말입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지금 어디에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습니다. 바리새이 학자들 앞에서 말씀하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부유한 로마인들 앞에서 말씀하고 계신 것이 아니죠. 씨를 뿌리는 비유, 겨자씨 비유 등. 당시 농사짓는 일반 사람들, 노동자들, 농민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그 현장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계신 것입니다. 그 바깥사람들은 바로 그곳에 없는 사람들, 땀 흘리고, 노동하는 일상의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 힘겨워하는 민중의 고통과 아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고통의 문제와 아픔의 현장에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
물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또 예수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그 비유를 잘 알아듣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13절 부터는 예수님께서 직접 씨뿌리는 자의 비유를 설명해 주고 계시죠. 하나님나라의 비밀은 씨뿌리는 자의 모습 속에 있습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뿌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여기서 우리 자신은 한편으로는 말씀을 뿌리는 사람도 되고, 한편으로는 말씀을 듣는 사람도 됩니다. 어쨌거나 인생은 누군가에게는 받고 또 그 받은 것을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하는 여정이니까요. 길가에 뿌려지는 씨는 말씀을 듣긴 들어도 금새 잊어버리고 마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그것이 자기 문제가 아닌 것이죠. 하나님의 말씀이 그저 흘러가는 유행가처럼 가볍게 들려지는 것입니다. 2번째, 돌짝 밭에 뿌려지는 씨는, 말씀을 들을 때는 기쁘게 듣지만 결국 뿌리가 없어서 환란이나 박해가 나면 금새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말씀을 듣고 기뻐합니다. 맞다고 생각해요. 아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있지만 자신의 가치가 더 중요한 사람들. 자기 중심적 사고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3번째, 가시덤불에 뿌려지는 씨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여러 가지 욕심 때문에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말씀 자체가 꺼려집니다. 듣는 것으로 괴롭습니다. 정의니, 사랑이니, 나눔이니, 구원이니, 십자가니, 내 삶의 문제와는 너무 달라, 지금 가는 길의 반대방향으로 가라는데, 난 그럴 생각이 없어. 마지막으로 좋은 땅에 떨어지는 씨는 바로 말씀을 바로 알아듣고 100배의 열매를 맺는 사람들을 가르킵니다.
결국 하나님 나라의 비밀의 구체적인 모습은 우리의 ‘자세’에 있습니다. 말씀을 듣고 얼마나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을 받아들여, 하나님께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그럴려는 절실한 소망이 있는가? 믿음이 있는가? 내 모습을 얼마나 하나님에게로 조금씩 이동시킬 수 있는가?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입니다.
비유가 나를 평가한다.
비유를 들으니 무섭습니다. 양과 염소를 가리듯,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람과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귀를 막고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고, 하나님의 비밀을 온 마음으로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예수님의 비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늘 함께 나눈 씨뿌리는 자의 비유처럼 예수님께서 직접 해석해주신 비유도 있지만 많은 비유는 해석을 해주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비유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성서 속의 비유가 우리를 직접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합니다. 지금 이 비유를 읽고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간직하려는 마음이 있는가? 바로 이 비유를 우리에게 전하시는 하나님께서 지금의 나의 상태를 평가하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 어떤 곳에도 존재한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연합군이 유태인을 학살했던 독일의 유태인 수용소에 갔는데, 이미 사람들은 다 죽고 없어는 감옥 벽에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찬송가 가사가 써 있었다고 합니다. 지옥을 경험하는 그 순간에도 이 사람은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그곳에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하나님의 말씀을 지켜가는 그 곳, 지금 힘들게 절망의 상황 가운데에서도 하나님께 의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는 그곳에 바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저와 여러분의 삶 속에서도 풍성하게 나타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눈빛이 변하고, 우리의 행동이 변하여 우리가 가는 곳마다, 우리를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되길 소원합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의 삶이 변화되고, 아픈 이의 삶이 해방되길 소원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입니다.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