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드 멜로 지음 / 김상준 옮김 / 분도출판사
이 시대 잊혀진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영성을 소개합니다. 깨어있는 성도도 성숙하기 위하여 연재하는 이 글을 통해 영성의 세계로 나아가십시오.
1206-0205
자제력 상실 2
그래서 우리는 갖가지 약물중독을 맛들였습니다. 칭찬받고, 주목받고, 일등을 하고, 성공하고, 특전을 누리고, 신문에 이름이 실리고, 권력을 얻고, 우두머리가 되고 등등. 우리는 팀 주장, 밴드 대장 같은 것에 맛을 들였습니다. 이런 마약들을 맛보고 중독되어 그걸 잃을까 봐 두려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 느낀 자제력 부족을 실패나 실수를 예견해서, 남들의 비판을 예견해서 느낀 두려움을 상기하십시오. 그래서 간절히 남들에게 의지하고 자유를 잃게 된 겁니다. 남들이 이제는 나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힘을 가진 거죠. 마약들을 갈망하건만 여기 내포된 고통을 미워하며 그만큼 스스로는 속수무책인 거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남들의 반응에 주의하며 그들의 북 장단에 맞춰 행진하지 않는 때라곤 한순간도 없는거죠. 깨친 사람에 대한 좋은 정의가 있습니다. 즉, 사회의 북소리에 맞춰 행진하지 않게 된 사람, 내면에서 솟아나는 음악의 선율에 맞춰 춤추는 사람입니다. 무시당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이 외로움을 느껴 사람들 뒤로 다가가서는 지지와 격려와 재확인이라는 위안의 약을 구걸하게 되는 그런 상태에서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끝없는 긴장을 내포합니다. “지옥이란 다른 사람들” 이라고 사르트르는 말했죠. 얼마나 옳은 말입니까. 이런 의존 상태에서는 항상 최선의 처신을 유지해야 합니다. 머리 손질도 안한 채 늘어뜨리고 있을 수는 없죠. 남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야죠. 사람들과 함께 살면 긴장 속에 살게 되고, 사람들이 없으면 그리워서 쓸쓸하고 괴로워지죠. 약들을 얻을 필요에 지각이 가리어,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정확히 반응할 능력을 잃은 겁니다. 약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존재냐 아니면 약을 앗아 갈 위험이 있는 존재로만 사람들을 보는 거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언제나 여러분은 사람들을 이런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서 내가 원하는 걸 얻을까 못 얻을까? 그리고 내 약에 도움도 위협도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겁니다. 말하기 끔찍하지만, 이 말이 적용되지 않을 사람이 여기 누가 있을지 모르겠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