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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풍산개를 보았습니다. 영화 개봉 즈음에 통일관련 단체에서 단체로 시사회에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시간을 맞추지 못해 보지 못하였다가 이번에 보았지요. 김기덕이라는 엄청난 존재의 무게감을 가진 사람의 영화라 선뜻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내 자신의 작음과 그의 작품의 괴기성 혹은 신비감은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엔 쉽지 않지요. 몇 편인가를 보았는데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함부로 손댈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ㅋㅋ 그래도 남북관계를 소재로 담았다니까 남북관계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무시할 수는 없고 해서 시간을 내 보았습니다.

 

 poongsang.jpg 영화 자체의 구성이나 설정은... 빈약하고 느슨합니다. 만화 같은 부분이 많습니다. 주인공인 풍산개(라고 불리는 남자)는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퍼히어로입니다. 수십년간 꽉 막혔던 휴전선을 혈혈단신으로 때로는 아이나 여자 성인을 업고 뛰어다니는, 남북의 정보원들까지 납치해다가 가둬놓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그것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세 시간만에 왕복을 하는... 이 부분만 보면 무슨 수퍼히어로 SF 영화 같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분위기는 무거워 집니다. 여기에 남여 간의 사랑이라는 소스까지 버무려 지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우 심오한 질문을 남과 북에 던집니다.

 

풍산개가 하는 일은 돈을 받고 일을 하지만 그 내용은 돈이 될만한 일이 아닌 이산가족의 안부를 전해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여자를 데려오는 일에 연루되면서 이야기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남과 북 모두에게 고문을 당하면서 양쪽의 미움을 고루 받습니다. 고문의 와중에 남이나 북이나 동일하게 묻는 질문은 '넌 어느 쪽이냐'는 것입니다. 남이냐 북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풍산개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처럼 묵묵부답 대꾸하지 않고 이사야의 고난 받는 종처럼 묵묵히 그 고난을 당합니다. 그것은 사실 풍산개에게만 주어진 질문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자신들 모두가 받고 있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그 질문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모른채 하는 동안 저절로 어느 한 족의 편이 돼버리는 것이지요.

 

영화가 심각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부분은 남의 정보원들과 북의 암살단을 밀폐된 작은 공간에 몰아넣는 장면입니다. 남과 북쪽에서 한 사람씩 납치하여다가 골방에 몰아 넣습니다. 그러자 그들이 즉각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서로에게 욕을 퍼부어대면서 죽기살기로 싸우는 것입니다. 본능적으로 싸움을 합니다. 싸움에서 지면 죽음이라는 등식이 저절로 성립되는 공간입니다.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각종의 동물들이 자연재해나 산불 등을 피해 동굴이나 뭐 그런 제한적 공간에 피신을 왔을 때는 서로 잡아먹거나 죽이거나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볼 때 남북은 동물 세계만도 못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전등불이 켜 있을 때는 죽어라고 싸우지만 불이 나가 깜깜해지면 조용해 진다는 것입니다. 제3자적 입장에 있던 남측 정보원이 남과 북 간의 싸움을 말리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전등을 총으로 쏴 깨드려 어둠에 빠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상이나 이념이나 국가나...

 

김기덕 감독이 평소에 남북문제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과연 국가나 이념, 사상이 인간의 삶이나 생명보다 우선할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작은 골방에서도 서로를 죽이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힌 것이 바로 우리 자신 아니냐는 질문 말입니다.

고향을 등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여전히 살아있고 또 점점 죽어가고 있지만 그들에게 가족을 만나볼 수 있는 당연한 권리는 묵살하면서도 체제와 국가라는 주제에는 생명까지도 기꺼이 바치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람이 모여서 국가를 구성하는 것이지요. 결국 사람 하나하나가 국가의 기본단위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사람을 국가의 종속물로 보고 있습니다. 진화된 국수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일 것입니다.

 

풍산개를 또다시 휴전선을 넘다가 결국 명을 다합니다. 그것은 풍산개의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죽음을 암시합니다. 지금과 같은 분단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은 모두가 다 풍산개의 최후를 우리 자신의 최후로 맞이할 수밖에 없겠죠. 죽어가는 풍산개의 눈에는 휴전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철새 몇 마리가 들어옵니다. 그 순간 풍산개는 철새가 되기를 꿈꾸면서 죽어갔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산개가 꾼 꿈이 바로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희망이라는 암시였을까요? 아무튼 이 말도 안 되는 짓꺼리들을 당장 끝장내고 길지 않은 인생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땅이 되기를 마음 속으로 깊이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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