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이 '534명의 아버지...'라고 하니까 무슨 훌륭한 사람, 예를 들어 고아 534명을 돌보았다거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 명의 소년 소녀 가장을 돌본 칭찬 받을만한 남자에 관한 영화 같이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영화가 전혀 실화일 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비슷한 일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할 것 같은데, 수백 번의 정자 판매를 통해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533명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이니가 영화 맞겠지!
불임센터에 판매한 정자에 의해 탄생한 사람들 533명 중에 142명이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소송을 거는 것을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나 그 장본인은 가진 것도 없이 말썽만 일으키는 정육점 집 막내아들이다. 그래도 사람은 좋아서 항상 유쾌하다. 그런데 이런 소송의 자초지종을 듣고는 얼떨결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소송에 참여한 아이들(20세 가까이 장성한)을 찾아 만난다. 소송 관련자 정보에서 우연하게 맨 처음 뽑아 든 사람이 프로축구선수였다! 그는 '내 유전자가 프로축구팀에 있다!'고 흥분한다. 그리고는 소송장의 신분정보를 통해 여러 명의 자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가 의도치 않았던 결과에 책임을 지고자 하고 그들에게 진짜 아빠 노릇을 한다. 거기에 여자친구의 임신소식이 들려오고... 결국 그는 534명의 아버지가 되었다.
프랑스 영화이고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라고 해야 할까? 황당한 소재와 황당한 내용, 그리고 주인공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재미있게 봤고 결국 감동적인 장면에서는 연신 코를 훌쩍이면서 눈물을 훔쳤다. 어쩌면 뻔한 스토리 전개이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사람됨을 발견해내가며 인간미를 찾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선택한다는 이 뻔한 스토리가 나를 감동시켰다.
내가 이야기의 전개를 너무 까발려서 영화를 보면 재미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삶의 관계에서 오는 작은 감동들,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잊고 살았던 사랑에 대해서 새삼스레 감동 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번 볼 것을 추천한다.
눈물은 언제나 관계의 감동에서 넘쳐난다, 나에게 있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