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만남교회

조회 수 7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소.비.자 - 소외. 비만. 자살의 다른 이름

 

글: 이관택

 

%B9%B0~1.JPG

애니 래너드, 물건 이야기, 김승진 역, 김영사, 2010,

 

 

 

물건이야기는 물건의 탄생과 사용, 그리고 그 소멸의 과정을 집요하게 따라가면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문제에서부터 전지구적 문제까지, 나와 연관되었거나, 나 자신을 둘러싼 거의 모든 문제들을 고민하게 한다. 그 중 5소비는 결국 물건의 실질적 사용과 연관되어 있는 파트인데, 물건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다는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물건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얼마나 빠르게, 자주 교체되는지, 역사적으로, 지역적으로, 경제적 차이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물건의 소비가 나타나는지를 다루고 있다.

 

여러 수치들과 예시, 다양한 전문용어들이 등장하는 5장에서 결국 글쓴이인 레너드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과 책임의식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사고와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공동체(그물망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적 산물인 시민은 그러한 주체적 자유와 공동체의 책임의식이 가장 잘 구현된 인간을 이야기 하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 저마다 자신을 시민이라 인식하는 데에는 이러한 자질이 필수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와 같은 과도한 소비주의와 다름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시민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물론 나는 시민이라는 말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있어 보이는 냄새가 역겹다)

 

책에선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책속의 현실은 현재의 우리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전 세계가 지구화되면서 우리는 저마다 소비자로서 자아를 인식하고 있다. 모든 활동(공부, 독서, 체육, 심지어는 종교까지)이 돈을 벌기 위함이며, 마치 돈을 벌어서 더 좋은 집, 더 좋은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소비로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세상에서 진정한 주체적 인간이 가능한가? 생산이 아닌 소비, 노동자가 아닌 소비자, 창조자가 아닌 피조물에 머무는 인간은 절대로 주체적일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다. 자유를 갖고 있지 않는 노예에게는 책임의식도 없다. 그저 자신의 생존이 당면 과제 일뿐이며, 허기진 욕망을 채우는 것만이 살아있음과 자신의 인간됨을 어렴풋이 느끼게 하는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소비하는 인간형 - ‘소비자로 자신을 정체하는 한 진정한 자유는 없다. 단지 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메뉴 선택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결여된 이들이 자신들의 소비욕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 안에는 배려와 호혜, 사랑과 정의, 평화와 공의, 질서와 우정의 가치들이 존재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는 더욱 늘어나고, 소비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며(결국 장애인, 여성, 어린이, 이주자에 대한 차별은 이 능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무한대의 욕망 실현을 위해 온갖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 같은 파괴행위는 우리 자신의 정신과 존재자체가 파멸되기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광고에 노출되고, 남과 비교하며, 소비의 행태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이 과정에서 과연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될 것인가? 세계가 축적하는 부가 많아질수록 왜 굶어죽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는가? 생태계가 파괴되어 이제 곧 지구 종말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계속되는데 왜 이 죽음으로 가는 타이타닉호는 멈출 줄 모르는가!

 

레너드는 지금의 우리가 소비와 맺고 있는 특정한 방식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과다소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170억 달러를 반려동물 사료에 지출했는데, 190억 달러만 있으면 전 세계 기아와 영양실조를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기준으로 미국은 이미 운전면허 소지자보다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수가 더 많아졌으며, 인간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부분이 상품화될 것이라는 비극도 현실이 되었다.(동네 아이들끼리 놀 때도 놀이선생님이 따로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은 상품으로 변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부분을 측정했는데, 그 결과 미국의 경구 50년 전과 비교하여, 비만, 우울증, 알레르기, 부채의 지수가 엄청나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5장에서는 생태계는 엄청나게 파괴하면서 경제성장(물건 생산과 소비)을 해온 나라, 부유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대해 비판한다. 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악화되는 이러한 나라들의 대량생산과 과도한 소비의 현황을 측정하는데, 생태 발자국, 지구생태초과소비기점일 등을 지수로 나타내어 생태계 파괴와 불평등한 자원의 분배 현실에 알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그 누구도(개인도, 정부도, 우리들의 가치관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봤을 때, 이러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소비주의를 가능케 하는 요인은 계획적 구식화, 인식된 구식화, 광고, 남과의 비교의식 등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이야기 한다. 나부터도 휴대폰을 2년에 한번 꼴로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30년 이상의 경제성장(결국 많은 것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의 달리기 아닌가?)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소..자로서 정체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어렸을 때, TV에서만 보았던 미국식 마트산책이 당연한 코스가 되었고, 집집마다 식량창고에 그득그득 썩지도 않는 정크푸드들이 쌓여있다. ..자라는 이름은 우리 자신을 점점 더 주체적 인간으로부터 소외시켜 간다. 자기가 아닌 것들이 거대해지며(통제불능의 살덩이들), 결국 우리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재앙들이 계속되고 있고, 공동체 균열로 인해 삶의 터전들이 붕괴되고 있으며, 인간성 파괴로 인해 개인의 영혼이 이토록 피폐한 시대가 이 전에 있었는가? 뭔가 막아야 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필리핀은 수해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상기후의 흔적들은 특히나 가난한 나라들을 더욱 신속하게 급습하는 경향이 있다.(좀 불공평하다) 또 이미 우리가 가는 필리핀의 시골마을에까지 위성TVDVD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며, 그 화면을 통해 그들에게 전달된 한국사회의 모습은 그들에게 꿈 그 이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이유 없이 그들이 우리를 반긴다면, 어쩌면 동경과 바램의 대상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워크캠프를 가면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필리핀에 가면 신기한 상품들을 사야겠다는 무의식적 명령이 마음을 채워버리진 않았는지, 가난한 그들의 삶을 신기해 하면서, 비교를 통한 우위로 만족감을 느끼진 않을지,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거창한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채, 내가 만난 필리핀이 전부라고 오히려 세상을 더욱 좁게 가두진 않을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상에서 좀 더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책임지며, 사고하고, 실천하는 캠프단이 되었으면하는 바램이다. 이번 워크캠프로 인해 좀 더 소박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 놀라워 하고, 호들갑 떨고,, 즐거워 하길... 돈으로 사는 것보다, 세상에서 가장 높고, 멋진 휴양지보다 더 깊고 진한 사람의 향기를 맡게 되는 그런 현실과 조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

  1. No Image

    영화 '풍산개', 우리들의 한심한 모습과 미처 보지 못하였던 것들에 대한 고민

    Date2011.08.18 By방현섭 Views682
    Read More
  2. 누가 바람을 보았니? ( 마음나무를 읽고)

    Date2012.01.17 By좋은만남 Views610
    Read More
  3. 소.비.자 - 소외. 비만. 자살의 다른 이름

    Date2012.01.24 By좋은만남 Views735
    Read More
  4. 욕망과 희망이 충돌한다.

    Date2012.01.24 By좋은만남 Views665
    Read More
  5. [영화] 534명의 아버지 이야기, 미스터 스타벅

    Date2013.02.01 By방현섭 Views450
    Read More
  6. '4천원 인생'을 읽고 - '非'급 인생에 대한 이름 짓기

    Date2013.02.07 By좋은만남 Views657
    Read More
  7. 우리가 보낸 순간

    Date2013.04.30 By좋은만남 Views330
    Read More
  8. 무탄트 메시지

    Date2013.05.07 By좋은만남 Views502
    Read More
  9. 정원에서 하나님을 만나다

    Date2013.05.21 By좋은만남 Views249
    Read More
  10. 보는 것마다 당신

    Date2013.05.29 By좋은만남 Views24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