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책은 소설가 김연수가 자신이 읽었던 소설의 문장들을 뽑아서 하나의 아포리즘 형식을 빌어서 자신의 느낌과 독서에 대해서 쓴 책입니다. 이 책은 소설가가 어떤 책을 읽으며, 왜 이 책을 좋하는지,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는 4월 마지막 주 이 순간을 이 책과 함께 하면 어떨까요?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사랑했을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 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형식적인 것들뿐이에요.『우리가 보낸 순간』, 59쪽
봄이 오고 또 여름이 왔다. 새로운 계절들은 카트린느와 도미니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자연은 싱싱했다. 골짜기들은 코끼리떼와 엄청나게 큰 풀들이 들어차서 아주 이상야릇한 풍경으로 변했다. 밝은 빛이 되살아났다. 『우리가 보낸 순간』, 134쪽
저는 순간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눈꺼풀이 한 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그 짧은 찰나 말이죠. 처음으로 꺼내 입은 스웨터에서 옷장 냄새가 훅 풍기던 순간, 달리기를 한 뒤에 등을 수그리고 심호흡을 할 때 이마의 땀이 운동장 바닥으로 뚝 떨어지던 순간, (...) 기나긴 인생이란 결국 그런 수간들의 집합체죠. 『우리가 보낸 순간』, 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