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끝나지 않기를"

 

지난 19일에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명박 씨가 근래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촛불로 대변된 성난 민심에 대한 심심한 사과와 더불어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절대로 수입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 그리고 청와대 수석과 내각의 이른바 고소영, 강부자 인선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음을 시인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을 상대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국민들에게 있어서 심각한 상실감을 주는 고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편치 않은 것은 무슨 이우일까요?
이 방송을 지켜보고 들은 많은 국민이 비슷하게 느꼈을 부분이겠지만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미국과 재협상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엄청난 손실을 당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말에는 솔직히 '협박' 당하는 느낌과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수도 없이 국제관계에서의 재협상이라는 말을 들어왔으며 심지어는 연전에 열린 한미 FTA에서도 재협상 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만약 쇠고기를 재협상하면 한미 FTA에서 자동차 부문을 더 내줘야 한다고도 말하지만 지금까지 한미 통상관계나 차기 미국 대권의 유력한 주자 오바마의 성향으로 볼 때 미국은 자동차 수출입과 관련하여 분명히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결국 모든 것을 내주는 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운하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조처입니다. 그러나 그나마도 '국민들이 싫어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남겼습니다. 이후 대운하 논쟁은 국민과 정부라는 대립구조에서 벗어나 대운하를 반대하는 국민들과 대운하를 찬성하는 개발론자, 토지소유주들, 지자체들 사이의 대리전 양상을 띄게 될 것입니다. 대운하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들 사이의 분열과 반목, 대립현상입니다.
이런 모든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을 믿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번 담화문 발표 후에도 지지율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담화문 발표가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에 실패한 듯이 보입니다. 대통령의 능력은 협상력, 기획력, 추진력에 있지 않습니다. 국민으로부터의 신뢰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부디 이번 발표가 또하나의 쇼로 끝나지 않고 거짓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방현섭 목사(좋은만남교회)